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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양보의 미덕을 가르쳐 주신 독거할머니

by 푸른비(박준규) 2007. 11. 6.

부제: 더불어 사는 법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엇이던 나눠주기 좋아하시는 독거할머님(조옥춘·83)을 알게 된 지도 2년이 훌쩍 넘었다. 2005년 05월 어느 날,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봉사활동을 직접 찾아 해보고자 인터넷을 검색하다 찾아낸 한 봉사활동 카페(춘천따세). 그곳에서 오늘 얘기 속 주인공이신 일명 장학리할머니를 처음 알게 됐다. 장학리할머님은 춘천시 동면 장학리에 사시는 할머님이라 해서 카페회원들 사이에서 불리게 된 애칭이다.

 

봉사활동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내 신체조건상 봉사를 받아야하는 웃지 못 할 처지라서 늘 다음기회로 미뤄왔으나 인터넷에서 찾은 카페를 천천히 둘러보니 굳이 몸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나눔 활동이 있는 듯 하여 무조건 가입하고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무작정 그 카페서 주관하는 활동에 참여를 했다. 나눔 활동이란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어 갖는 의미로 봉사보다는 더 가볍게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나눔 활동을 의미한다.

 

 

 

▲ 할머님댁 부엌. 

 

처음 장학리할머님 댁을 찾아간 때는 2005월 06월 경. 오래 활동하시던 한 카페회원님을 따라 처음 장학리할머님 댁에 가서 인사를 드렸고 할머님과 연이 닿으려고 했는지 내 어눌한 말(언어장애)을 신기할 정도로 잘 알아들으셔서 대화가 가능했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주 거르지 않고 찾아가 긴 시간은 아니지만 말벗을 해드리고 오는 나만의 나눔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양보의 미덕을 가르쳐 주신 할머니

 

할머님은 홀로 사시고 계시지만 자손(子孫)들이 있다. 허나 모두 형편이 좋지 않은 관계로 따로따로 타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상태. 경제적으로 서로가 큰 도움이 안 되는 실정이다. 일 년에 몇 번씩 찾아와 안부만 전하고 돌아가는 자손들이지만 그래도 할머님에겐 정신적인 안정을 주는 핏줄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 주위 사람들과 봉사 오는 사람들이 몇 달 전부터 할머님을 양노원시설로 가실 수 있게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해 오다 얼마 전 자리가 나서 할머님께 의사를 여쭤보니 몇 날을 생각하시던 할머니는 시설입소를 반대하신다고 생각을 밝히시며 우리를 적잖은 궁금증 속에 빠뜨리셨다. 그전부터 시설에 입소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신 것이 여전한 것.

 

일부 사람들은 ‘아니, 일부러 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데 왜 안 가신다는 거야?’ 라고 하며 할머님의 판단을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할머님과 대화를 나눠 본 결과 그 깊으신 뜻을 알 수 있었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나는 자식이 생존하고 가끔 이라도 찾아와 넉넉하진 않지만 이것저것 챙겨주고 성당이나 봉사자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돌봐주는데 굳이 양노원에 갈 필요 있겠어?’ 라고 전에 하시던 말씀을 되풀이 하시며 아직까지 당신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시설로 가고 싶지 않다고 재차 속내를 드러내신다.

 

허니. 무엇보다 할머니를 시설로 가시지 않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얼마 전 할머니가 시설로 입소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심하실 무렵에 입소를 결정하시라는 의도로 이런 말을 해드린 적이 있다.

 

‘할머니, 우리 모임(카페)에 할머님보다 더 나이도 많으시고 가족도 없어서 어려우신 할머니가 계신데 시설에 자리가 없어서 가시고 싶어도 못 가시고 계셔. (장학리)할머니는 운이 좋은 것이니 마음 편히 생각하고 입소하셔서 편히 생활하세요.’ 라고.

 

이 말을 들으신 할머님은 그 다음 주 찾아간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할머니: 그럼, 그 할머니를 내가 들어갈 양노원에 들어가라고 할까?

푸른비: 그럼 할머니는?

할머니: 나야 뭐 나중에 자리 나면 가지?

푸른비: 그러다 자리 안 나면요?

할머니: 왜 자리가 안 나? 그런데야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자리 나는 거지. 왜 안나!

푸른비: ...

할머니: 아무래도 나보다 어려운 할머니가 가는 게 낫지 않니? 자리가 없다면 말야.

푸른비: 그럼 가서 말해 볼게요.

할머니: 그려. 잘 됐음 좋겠다.

 

돌아와 카페에 이 소식을 남겼고 다행히 장학리할머님 바람처럼 다른 할머님이 그 시설로 입소하게 돼 편한 생활을 하고 계신 중이다. 여전히 장학리할머님은 홀로 지내시며 간간히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친할머니처럼 편안함을 주고 계시고.

 

뿐만 아니라 할머님은 작은 텃밭에 매년 콩이나 옥수수, 호박, 감자, 고추 등을 심어 찾아오는 이들에게 챙겨주시는 걸 좋아하신다. (참고로 이 텃밭은 1년에 한 번 쌀 한가마니 값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국가소유지다.) 재배한 곡물 등은 이가 없어 드시지도 못하고 허리도 굽어 심어만 놓고는 수확을 못해 봉사자들이 거의 수확을 하다시피 하지만 할머님을 그 것을 작은 낙(樂)으로 생각하시며 ‘서로가 돕고 사는 거지!’라는 말을 강조하신다. 이런 할머니로부터 나는 양보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다.

 

장학리할머니!

비록 불편한 몸으로 혼자 지내시지만 언제나 웃는 얼굴로 반겨 주시고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감사하며 사는 법을 깨닫게 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오래오래 그 허름한 집에서라도 우리를 반겨 주세요.

 

- 동영상 부가설명 -

 

할머님의 해맑은 웃음과 장난기 서린 인터뷰(NG 포함) 내용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올려 봅니다. 끝까지 봐주시고 할머님의 만수무강도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촬영 당시엔 느끼지 못했는데 편집하다 보니 할머님께서 고맙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네요. ^^; 사는 이야기에 올릴까 하다 마음을 바꾸어 ‘고맙습니다’에 올려놓습니다.

 

(블로그 음악 정지하고 동영상 플레이버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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