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비(박준규) 2009. 2. 4. 03:06

- 기다림의 한계

 

 

파릇한 풀이 돋고

새벽 내 그 풀밭에서 벌레가 울고

그 울음 귀뚜리가 잠재우며

적막으로 하얀 밤이 새길 몇 해.

 

파릇하게 돋는 풀과

앙올앙올 대는 풀벌레

나를 닮아 고집 센 귀뚜리와

하얀 밤을 만드는 눈송이는 그렇다지만

 

나는 무슨 죄로 몇 해 동안

기약 없는 기다림에 영혼을 바래야 하나?

차라리 내게도 기다림의 한계가 있었다면

널 향한 마음하나로 날 방치하진 않았을 것이다.

 

손톱만큼의 너에 대한 불신만 있었더라도

지나간 몇 해가 이리도 아깝진 않았을 것이다.

이젠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파릇한 풀 대신 독버섯 같은 후회가 싹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