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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별 자리
푸른비(박준규)
2011. 9. 15. 00:00
- 별 자리
밤하늘은 까맣지 않았다.
새벽하늘도 까맣지 않았다.
모두가 잠든 밤이나 새벽
모든 전등 다 끄고
창문 열어 하늘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이웃들이 생기고 그 이웃의 집들이 자라고
그 많은 집들을 밝히는 전등이 켜지면서
밤하늘과 새벽하늘은
제빛을 잃었다.
내가 자란 시골집 밤하늘엔
달이 없어도 별들의 깜빡임만으로 밝았으며
새벽하늘은 먼동이 울컥, 울컥 뱉어내는
먼 산 뒤 푸른빛으로
까말 틈이 없었다.
추석이 지나고
보름달도 구부러져가는 이 밤
구름사이로 밝았던 하늘은
사방의 이웃들이 켠 전등 빛에
새벽이 오기도 전에 까맣게 되고 있다.
이젠 더 이상
밤하늘과 새벽하늘에서
별이 박혀 빛나던 별 자리를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