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비(박준규) 2017. 12. 31. 01:52

내리다

 

 

비가 내리다

눈이 내리다

눈이 내리다

비가 내리다

 

봄인가하니 겨울이고

겨울인가 하니 봄인 듯하니

가뜩이나 심난한 마음

계절마저 나를 어지럽구나.

 

지난여름이 남기고 간 열기

영원히 식지 않을 것 같더니

계절도 간사한 인간을 닮아

이렇게 나를 어지럽히는구나.

 

언젠가 만났던 이여

파란 새벽 숲,

옅은 안개 뒤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이여

 

가끔 내가 나를 모를 때

계절마저 인지하지 못하고

고질병처럼 찾아오는

만성 어지럼증에 시달릴 때

 

문득

새벽안개 뒤에 숨었던 그대가

퍼붓는 소낙눈처럼

무섭게 그리워진다.

 

눈이 내리다

비가 내리다

다시

그대가 내리는 이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