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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아껴야할 말들과 써야할 말들
푸른비(박준규)
2018. 10. 1. 00:00
- 아껴야할 말들과 써야할 말들
반백년 가까운 삶을 살고서야
아껴야할 말들과 써야할 말들이 무엇인지
하나 둘 씩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니
이제껏 내뱉고 침묵하던 내 말들은
모두 허사(虛事)였음을 알았네.
젊다는 패기 하나로 온갖 독설은 내뱉고
보듬고 품어야할 따뜻한 말들은
낯 뜨겁단 이유로 침묵하며 살았으니
살면서 진정 아껴야할 말들과
써야할 말들을 뒤바꿔하며 살아왔구나.
지금껏 타인에게 해왔던 독설을 침묵하고
낯 뜨거워 침묵하던 따뜻한 말들을 써왔다면
지난 내 반평생의 흔적은 어땠을까?
그 반대의 삶을 살아온 나는 지금
남은 반평생에 대한 부담감에 또 다른 침묵 중이다.
타인을 향한 독설을 아끼고
보듬고 품어야할 따뜻한 말들을 많이 써야
지나간 내 삶에도 후회가 없다는 것이
반백년에 가까운 삶을 살고서야
백지(白紙) 끝 먹물처럼 번져오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