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비(박준규) 2019. 4. 25. 03:23


- 인연 가뭄

 

 

가끔은 비가 그리질 때가 있다.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시절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때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내 주위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내리던 빗물만큼이나

투명하고 착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처마 밑에 놓인 작은 항아리 속

물이 고이듯

내 주위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어느 해부터인가

이상기후라는 현상 앞에

비 내림은 줄어들고

푸르렀던 숲과 강도 말라가고

이 별이 건조해지니

내 주위에도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겨보지만

분명 내 안에도

이상기후보다 더 몹쓸 변화가 있을 터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리가 있을까?

 

그래도 나는

가끔씩 내리는 비

그 빗속에서의 인연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인연 가뭄에는

사막에서의 갈증보다

몇 십 배 더 큰

고통스러운 목마름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