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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회전목마 탄 방랑자

푸른비(박준규) 2020. 4. 2. 01:31

- 회전목마 탄 방랑자

 

 

언제고 떠날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은

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해갈수록

사람들 마음도 조급해져

어느 한 곳에 머물기 두려워하며

여럿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혼자가 더 편하다는 생각에

언젠가부터

마주하고 있는 것들로부터

쉽게 떠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살지만

 

이미 떠나간 그대를 그리는 나는

그 어느 곳으로도 떠날 수가 없구나.

떠나려고 시늉을 해 봐야

떠나야 할 대상이 이미 나를 떠나고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나는 여기서

떠나간 그대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회전목마 탄 방랑자일 뿐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