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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장애인의 선교활동, 구걸로 보는 세상

by 푸른비(박준규) 2009. 6. 4.

 

 

 

부제: 마음 놓고 문 두드릴 수 있는 권리

 

 

 

지난 5월 중순,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한모(남·45)씨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러 선교활동을 하다가 어느 가게에서 걸인 취급을 받아 쫓겨났다고 심통한 표정으로 내게 찾아와 하소연 했다.

 

누가 봐도 절실한 교인이라고 비춰지는 한씨는 올해 45세 된 남자로 지체장애에 언어장애까지 갖고 있는 장애인으로 하고 있는 일은 현재 없지만 가족들과 살면서 평소 가장 중요시 하는 일과 중에 하나는 교회 다니는 일이다.

 

새벽기도는 물론이며 주말과 휴일 거르지 않고 교회에 나가 가족과 본인을 위해 열심히 기도를 한다는 한씨. 교회에 대해 애착이 많은 만큼 하느님의 대한 믿음도 남다를 터. 때문에 기회가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교회 나오라고 선교하기 바쁘다.

 

가끔씩 교인들과 동행해 선교활동을 할 때가 한씨는 가장 즐겁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과 동행한 교인들이 선교활동을 하기 때문. 언어장애로 남들에게 설교하려면 보통 용기 없이는 안 되는 일이라서 동행한 교인들이 대신 설교를 해주니 한씨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즐거운 시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교인들과 동행하여 선교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한씨는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혼자 선교활동을 나선 것인데 선교 첫날 첫 방문지에서 걸인이 들어와 구걸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방문지 주인은 바로 내쫓아낸 것이다. 아마 복장마저 좀 단정치 못한 모양새였던 것 같다.

 

그동안 한씨는 주변에 있는 지인들에게 나름대로 보였던 방법으로 타인들에게 다가가면 되겠지 하며 용기를 낸 것인데 현실은 냉정하기만 했다.

 

마음 놓고 문 두드릴 수 있는 권리

 

그렇게도 교회를 좋아하고 하느님을 좋아하고 교인들을 좋아한 죄밖에 없는 한씨. 사회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교인들처럼 자신의 말에 귀를 열어줄 지 알았지만 생각과는 너무 차이 난 모습을 보이자 한씨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올해로 45세가 되었지만 한씨의 정신세계는 아직 어리기 그지없다.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세상에 때가 묻지 않았다는 게 좀 더 바른 표현일 듯. 이렇다보니 한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일쑤다. 예를 들자면 몸은 좀 불편해도 가벼운 일 정도는 할 수 있으니 동네 사람들은 급할 때마다 한씨를 불러 도움을 받지만 그에 대한 금전적이 대가나 제대로 된 사례는 주지 않는다. 그냥 동네 사람으로서 당연히 도와주는 사람으로만 사람들에게 비춰지고 있는 듯했다.

 

사람들이 좋고 교회가 좋고 하나님이 좋을 뿐인 한씨. 그런 사람이 처음으로 나선 선교활동에서 걸인취급 돼 내몰렸으니 그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는 제법 컸을 듯. 내게 찾아와 하소연 하며 진지하게 문는다. “준규씨, 이 세상에 하느님 있는 거 맞아?” 라고. 하지만 무신론자인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다만 속으로 “이번 일은 한씨가 앞으로 사회생활 하는 데 있어 일어날 문제들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인데 참 걱정이네요.”라고 혼잣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한씨와 같은 비슷한 경험을 두 세 차례 한 적이 있다. 그중 가장 처음 받았던 홀대는 지역관련 문제를 취재차 찾아간 모 상점 주인에게 들어가서 더듬 거리며 말을 했다가 쫓겨날 뻔 한 일이며, 비슷한 일로 일반 사무시을 찾아갔을 때도 직원에게 문전박대를 당할 뻔 한 일들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다행히 시민기자명함이 있어서 그것을 제시한 후 겨우겨우 인터뷰를 딸 수는 있었지만 현재 중복(언어장애와 기타)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어느 곳을 찾아가 의사표현 했을 때 흔쾌히 받아주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관공서 같은 곳은 제외하고.

 

또한 마석에 사는 김모(남·뇌병변1급)씨는 본인 스스로가 아예 외출을 하지 않으려고 자제 중이라고 한다. 김씨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가까운 곳에 외출은 가능하지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나가기 싫다고 한다.

 

예전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혼자 전동휠체어를 타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목이 말라 작은 구멍가게에서 음료수라도 사 마시려고 문 앞에서 주인을 불렀는데 주인이 나오다가 멈춰 서서 “요즘 장사 안돼요. 딴 데 가 봐요!” 라고만 외쳐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은 후 웬만해서는 나가지도 않고 나가더라도 가게 등에는 들리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며 토로했다.

 

이렇듯 한씨와 같이 하느님이 좋아 선교활동을 하기 위해서, 나처럼 취재원들을 만나기 위해서, 또는 김씨 처럼 휠체어 타고 가게 앞에 서서 주인을 불러야 할 때 언어장애와 겉모습에 있어서도 눈에 띠게 장애가 심해 보이면 절반이상 말도 꺼내기 전에 문전박대 당하기 쉬운 게 우리 현실 같다.

 

하루빨리 장애인들도 밖으로 나가서 원하는 곳에 문을 마음 놓고 두드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그랬을 때 편견보다는 관심을 갖고 이들의 노크에 먼저 문을 열어줄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씨도 마음 놓고 사람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하고, 나도 열심히 취재원들을 만나 바른 소식 전하고, 김씨도 사람들 눈치 안 보고 돌아다니다가 가게에 들러 시원한 음료수 하나 사 마실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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