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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생강차를 앞에 두고

by 푸른비(박준규) 2006. 11. 12.

- 생강차를 앞에 두고



몇 년 만에 맡는 향기인가?

아니, 이십 여 년이 거의 지난 후 처음 맡는 이 향기가

어린 시절 겨울방학 내내 거실 연탄난로 위 주전자에서

쉬지 않고 달여지던 생강차의 매콤한 이 향기가


겨우내 내리던 눈송이만큼이나 잦던 내 잔병치례에

어머닌 습관처럼 겨울이면 생강차를 끓이셨고

그 매콤한 물 한 모금이 만병통치약인줄만 알았던 시절

우리 집의 겨울은 마치 작은 찻집의 풍경이었네


그 후,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이 매콤하고 눈물 나는 향기를 잊고 살았네

애써 잊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잊힌 향기


고마운 친구가 끓여놓고 간 생강차를 앞에 두고

흘러 가버린 세월들을 거슬러 오르니

그 끝엔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과 미련들이 엉켜

모락모락 피는 찻잔의 김처럼 번져나고

못난 정신은 그대로 있고 훌쩍 자라난 내 몸뚱이만

거친 현실 속에 내동댕이쳐 있었네


이 한잔의 생강차를 마시고 나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 주셨던 생강차 효능처럼

내 어지러운 두통도 사라질까?


아,

갑자기 나는 짙게 달아오른 들국 향기가 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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