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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4인(人) 콤플렉스

by 푸른비(박준규) 2008. 7. 1.

- 4인(人) 콤플렉스

 

 

“말이 참 없네요?”

“너무 말이 없어 재미없어요”

“말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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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으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언제부터 나의 수다가 멈추어졌는지 나도 잘 모른다. 확실한건 고등학교 때부터 증세가 시작 되었다는 것밖엔. 반대로 그 이전엔 그래도 조잘조잘 말이 참 많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다.

 

아들만 둘인 우리 집은 늘 어머니가 심심해하신 관계로 초등학교 때 나는 방과 후 집에 돌아와 학교서 있었던 일부터 시작해 오가며 본 사람들의 반응이라든지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어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보고(報告) 아닌 보고를 하며 자랐다. 다행히 어머니도 나의 보고가 없음 걱정을 하실 정도로.

 

그러던 중 중3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나의 수다를 받아줄 사람이 더 이상 없었다.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나와 편하게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이 어머니 외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의 수다는 그때부터 점점 줄어든 셈이 됐다.

 

말(言)도 안하면 퇴보된다는 걸 알게 됐다. 운동이나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분명 말도 자주 하지 않으면 말하기 자체가 무뎌지거나 퇴보돼 자칫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할 수 있다. 특히 나 같은 언어장애인들은 발음교정 및 얼굴 근육의 경직이완을 위해서라도 말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무심하게도 나 같은 사람과는 대화를 꺼려한다는 것. 참 우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네 명 이상만 모이면 말이 안 나오는 치명적 습관이 생겼다. 아직은 다행히 마음 맞는 사람들 끼리 모이면 조금 낮기는 하나 초면인 경우나 불편한 상대를 네 명이상 모인 자리에 나가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만다.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둘만 있어도 말이 없어지고 얼굴에 싫은 내색이 영역해 진다. 내가 느끼기에도 심하다할 정도로.

 

반면 좋은 사람과는 예전의 끼(?)가 되살아나 나름 조잘조잘 떠들 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초면이고 구면이고를 떠나 네 명이상 모인 자리만 가면 말이 없어지고 만다. 내 어눌한 발음에 신기해(?) 하는 반응이나 그들 앞에서 버벅대는 내 모습이 싫어서 더욱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것. 이것이 나의 4인(人) 콤플렉스다.

 

차라리 모르는 취재원과 일대일로 마주 앉아 인터뷰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언제부턴가 사라진 나의 수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찾을 날 있으리란 희망을 안고 오늘을 시작한다. 4인 이상 모인 자리에서 나의 어눌한 말 대신 나의 무기인 살인미소로 그들의 말을 받아 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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