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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내 삶의 버팀목

by 푸른비(박준규) 2005. 11. 29.

1.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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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버팀목
가족과 이웃을 사랑해요
텍스트만보기   박준규(poemsay) 기자   
▲ 하나뿐인 제 형님과 형수와 조카 녀석들
ⓒ 박준규
삼십 년 넘게 살아오면서 저는 언젠가부터 ‘가족’이란 단어를 낯설어 하고 애써 가족들을 외면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해서 가족들에게 힘을 얻던 어린 시절에만 잠시 의지했을 뿐, 중학교 3학년 때 저의 수족이 되어주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부터는 밝기만 했던 성격도 바뀌어 버렸습니다. 매일 치고 받고 장난을 치며 지내던 형과도 왠지 알지 못할 거리감이 느껴져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서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동거동락했습니다.

물론 형은 서로의 침묵 속에서도 동생인 저를 끊임없이 생각해 주시고 뒷바라지를 해주셨지요. 하지만 성격이 변한 저는 지금껏 형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격상 과묵한 형과 수다쟁이 뺨치던 성격이 과묵하게 바뀐 동생인 나. 대화는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형은 서울로 유학을 떠나고 저는 고향에서 작은 직장을 얻어 일하며 10여년을 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매년 어머니 제사 땐 형이 내려오십니다. 오셔서 정성스레 음식을 하고 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냈습니다. 또한 그 자리엔 늘 함께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름 아닌 형 친구와 제 친구 한두 명. 그들은 썰렁한 자리를 데워 줬으며 두 형제의 외로움을 같이 해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형이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여 몇 년 전 제게도 예쁜 조카 녀석들이 생겼습니다. 지금 나이 여섯 살과 네 살 박이 어린 조카들. 이 두 녀석이 그간 저의 메말랐던 ‘가족’에 대한 감정에 단비를 내려 주고 있으며 이젠 어머니 기일에도 다른 친구들 방문 없이도 외롭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 제게 가족애를 느끼게 해준 조카들
ⓒ 박준규
특히 몸이 불편한 저는 지금껏 어머님께 술 한 잔 올리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형이 두 번 술을 올리셔야 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사랑스러운 조카 녀석들이 제 몫까지 해내고 있습니다.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술잔을 들고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만감이 교차할 정도입니다.

이렇듯 가족이란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간혹 가족간에 불화로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들도 보지만 근본적으로 가족이란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버팀목이 되어 주며 내 일들을 믿고 밀어줄 영순위 지지자 역할도 해 줄 수 있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허나, 사람들은 저처럼 한동안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인해 핵가족화의 증가와 거기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들이 이젠 사회문제로까지 제기되고 있지요. 그중 대표적인 것을 들라고 하면 아동학대와 노인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겁니다.

마침 저는 몇 년 직장생활을 하다 건강 등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직장을 그만 두고 현재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있는 터라 이 두 문제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1주일에 1-2회 씩 독고노인 댁을 찾아뵙고 1달에 1회씩 노인복지관 및 장애아 복지시설을 찾아가 함께하며 거기서 비추어지는 또 다른 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라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두 배로 더 느끼고 있는 셈입니다.

찾아 뵙는 독거노인 대부분은 가족이 있는 분들이지만 여러 이유들로 인해 혼자 지내시게 된 유형인데 이유가 무엇이건 그 분들을 찾아가 정을 나눈다는 것 또한 제게 있어서는 큰 행복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행복은 몸으로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느끼기 힘든 그 무엇이 될 것입니다.

이렇듯 가족에게서 얻은 행복은 바로 이웃, 사회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이웃, 사회에서 얻은 사랑도 내 가족들에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이며 부정적인 시선보단 긍정적인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 때 가족애(愛)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즉 인간애가 생겨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 가족들에게 또는 나보다 조금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듯한 마음을 가져보았으면 합니다.

곧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동안은 이럴 때마다 각 복지시설을 생색내기식으로 찾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 참 이중적인 삶을 산다고 느끼며 그들을 욕해 왔으나 이젠 제 시선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그렇게라도 다녀가면 시설 안 사람들은 당장 얼마간이라도 배고픔과 추위를 잊게 될 것이고, 그런 형식적인 방문이라도 많이 이어지면 그 시설엔 도움이 될 것이며 그곳을 찾은 사람들에겐 최소한의 봉사를 한 셈이 되는 것일 테니까요.

가족과 어려운 이웃에게 한번쯤 따듯한 시선을 줄 수 있는 겨울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분명 내 뒤에 숨어 내 삶의 버팀목으로 든든히 서 있어 줄 테니까요.
가평자치신문에도 게재됩니다.
2005-11-28 17:06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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