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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누워서도 할 수 있어요

by 푸른비(박준규) 2006. 3. 13.


  전신장애를 갖고 있는 한 사람을 주축으로 하여 지난 3월 11일 춘천 어느 강변에서 조촐한 모임이 이루어졌다. 이 모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구분 없이 참여하여 서로 친목을 도모하는 인터넷 카페들 중에 하나로 ‘친구할까요?‘ (http://cafe.daum.net/evefriend) 라는 카페. 그 카페 안에서도 지역소모임인 ’어서오우야(강원도)‘에서 마련한 일명 ‘지역번개’라고 불리는 오프라인이 이번 모임이었다.


  이 카페의 지역소모임(어서오우야(강원도) 운영자인 정명근(35)씨는 선천성 뇌성병변을 가진 한사람으로 목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중증장애를 갖고 누워 생활하고 있지만 독학으로 한글 및 컴퓨터 사용법 등을 익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며 한 지역소모임 운영자 역할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컴퓨터 자판은 누워 발가락으로 치는 수준이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흉내도 못 낼 컴퓨터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은 집(춘천)에서 부모님과 생활을 했으나 작년에 아버님이 병환으로 돌아가시면서 노모 혼자 정씨를 돌보기 어려워지자 현재는 양양에 위치한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입소해 생활을 하고 있으며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동생의 도움으로 집에 내려와 머물렀다 재입소하는 식으로 지내고 있다.

[▲ 어서오우야(강원도)운영자 정명근씨 ]


  지난 설날 집으로 내려와 있으면서 정씨는 집에 컴퓨터가 없는 관계로 복지시설서 집으로 오기 전부터 이번 오프라인 모임을 마련하기로 카페에 밝히고 같은 지역회원들에게도 자신이 집에 와있는 동안 꼭 모임을 갖자는 의사를 밝혀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번 오프라인 모임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이다. 모임이 있던 이날 정씨는 직접 준비해 온 상품권을 게임에서 이긴 회원들에게 선물하는 자상함을 보였고 비록 의사표현은 발을 들거나 발을 흔들어 긍정과 부정만을 나타낼 수밖에 없지만 그를 이해해 주고 이것저것 신경 써 도와주는 친구(회원)들 덕분에 어두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지 않고 늘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정씨뿐만 아니라 이날 전국에서 참여한 회원들 대부분도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진 분들이 많았으나 서로 돕고 또한 도우미 역할을 해주는 몇몇 비장애인(사회복지학대학생)들의 수고로 웃음 끊이지 않는 시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이날 정씨는 곧 복지시설로 가야한다는 마음을 몸짓과 눈빛으로 아쉬움을 내보이고 있었지만 변치 않는 당당한 모습 역시 우리에게 자신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 참여한 회원들 ]


  이렇듯 정씨는 자기 삶에 있어 늘 자신 넘치는 사람이며 장애란 것에 부끄러움 같은 것은 전혀 생각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 소유자였으며 자신의 가족을 진실로 사랑하고 자기 자신도 아낄 줄 알며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어도 하고픈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그 불편한 몸으로 직접 실천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에게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져야할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인지 이번 오프라인 모임에 동행취재를 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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