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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스치는 인연, 진정한 인연으로 만들기

by 푸른비(박준규) 2007. 5. 24.

나는 그리 오래 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렇게 조금 산 것도 아니다.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아 보일 수 있는 세월을 산 사람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특히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정말 맹추에 가깝다. 누군가 내게 잘해주면 있는 것 없는 것 다 내주는 성격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런 성격이 현실에 있어서는 대수가 아니었다. 이유야 뻔하다. 속마음 까지 드러내 놓고 다가서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나를 곧잘 이용을 한다거나 얕잡아 보기일쑤였으니까. 


해서 언젠가부터 나에게도 꾀가 생겼다. 아니, 사람을 알아 가는데 있어서 어느 선까지 나를 보여주고 어느 선까지 나를 가릴 수 있는 능력 아닌 능력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얼핏 들으면 참 대단할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 말도 나의 바람에 지나지 않는 거짓부렁이다. 어디까지나 그런 능력을 갖고 싶다는 희망사항이란 뜻이다.


그러나 전에 비하면 내 성격도 참 얍삽해진 건 사실이다. 전에는 만나보지 않고도 무조건 내게 호감을 보이면 속내까지 드러내고 다가갔지만 이젠 먼저 방어막 아닌 방어막을 내면에 미리 치고 그들에게 다가서려는 나를 종종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래봤자 얼마 못가 바보처럼 마음을 빼앗기고 말지만 예전보다는 내 마음에도 타인과의 인연에 앞서 분명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인가로 나를 보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 인연이란 무엇일까?

나는 인연이란 정의를 ‘타인과 나의 생각들이 일치하여 그와 나 사이에 또 다른 작은 정신세계가 통하면서 친해지는 관계’ 라고 내리고 싶다. 그렇지 않겠는가? 상대가 아무리 착하고 아무리 비호감이건 간에 서로 통하는 그 무엇(정신세계)이 없다면 그들은 인연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더라도 순간 서로가 느껴지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들은 금방 친해져 인연을 이어가게 될 확률이 높다. 물론 순간의 호기심과 서로가 느끼는 정신세계의 감정은 분명 차이는 있다.


그러나 살면서 진정한 인연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학교친구나 직장동료, 가까운 이웃이나 그밖에 지인들을 보통 우린 인연으로 만났다고 믿고 있으나 잘 생각해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의외로 소식이 끊기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각자의 갈 길을 가다보니 그렇지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각자가 갖는 생각의 차이일 뿐 진정한 인연이라고는 말 할 수 없다고 본다.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불교관련 책을 읽다가 ‘시절인연’이란 표현을 접했다. 시절인연이란 ‘거리를 걷는 사람들과 나의 사이’를 일컫는다고 했다. 즉, 살면서 순간적이라도 나와 스치며 만나게 되는 사이를 시절인연이라고 했던 것 같다.


이것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만나고 긴 시간이 아닌 짧은 시간(세월)동안 같이 했다가 해어지는 경우를 통틀어 시절인연으로 보면 맞을 것도 같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나니 진정한 인연을 논한다는 자체가 의미성을 상실할 정도로 작아지고 말았다. 어차피 우린 짧은 인연 즉 시절인연에 더 익숙한 삶을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의 문제는 인연이나 시절인연 자체를 받아들임에 있어 너무 과잉방어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 자신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로 친 방어막이지만 이로 인해 내게 올 모든 종류의 인연들이 오지도 못하고 멀어진다는데 문제가 큰 듯하다.


그러나 최근 며칠 사이 나는 작은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그동안 내가 치고 있던 타인들을 향한 방어막을 조심스레 걷어 내봐야겠다는 깨달음이다. ‘내게 접근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천사다.’ 이것이 요즘 내가 나에게 세뇌시키는 문장이다. 지금껏 스쳐간 나의 인연들이 그랬다. 돌이켜보니 모두 천사들이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시 내 닫친 마음으로 그들은 지쳐했고 나 역시 힘들었기에 불행하게도 그들 중 몇 명은 벌써 시절인연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마음을 열라는 말이 있는 듯싶다. 내 마음이 닫쳐 있으면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 다가와도 쉽게 떠날 수밖에 없는 법. 우린 그 사실을 알고 지금부터라도 먼저 다가서려는, 그래서 내가 그들과 오랫동안 이어지는 인연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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