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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잊을 수 있는 기억이 있다면

by 푸른비(박준규) 2007. 9. 19.

- 잊을 수 있는 기억이 있다면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아니 어찌 보면 숱한 세월이 흐른 것도 같은데

마음 한 귀퉁이 잊지 못하고 자리한 기억들은

때론 나를 웃게 만든다

 

사람에게만 주어진 고통 없는 고통일지 모르는 이 기억들

가끔은 추억이라 포장해 떠올리기도 하지만

어차피 지울 수 없는 기억들임에 틀림없다

또 평생 담고 살아야하는 아물지 못할 흠집일 수도 있다

 

차라리 어느 한 순간 잊고 싶은 기억을 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나 그런 기억만큼은 기어코 잊혀지질 않으니 웃을 수밖에

 

그래서 나는 언젠가 네가 남긴 내 안에 한웅큼 되는 기억들 때문에

웃어야할 처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없이 웃는 버릇이 생겼다

가을바람 제법 폼 내는 저녁 강가에서 미친놈 마냥 웃는 버릇이 생겼다

 

한참을 그렇게 웃고 나면

우리가 나눴던 사랑만큼이나 뜨겁고도 차가운 극과 극의 미련덩이가

깊지 않을 것만 같은 강물로 내던져 지고

허한 마음 부여잡고 버티던 나는 이미 볼품없는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잊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잊고 싶은 기억들을 진정 잊을 수 있다면

내 길지 않은 삶의 흔적 중에서 그 부분만 지워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나는 오늘도 실없이 웃다가 네가 남긴 기억과 이미 내동댕이쳐진 미련에

넋마저 놓고 만 초라한 영혼이 된다

 

잊을 수 있는 기억이 있다면

나는 이미 너를 안고 이 별을 떠다니는 한 마리 새가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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