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비누향기

by 푸른비(박준규) 2007. 9. 26.

- 비누향기

 

 

어릴 적 해질 무렵이면

엄마 손에 끌려 집으로 돌아와

매운 비누거품 가득 얼굴에 바르고

차디찬 한바가지 물에 세안을 했던 때

개구진 성격 자제 못하고 집 앞 골목으로 뛰어나가

동네방네 아이들 불러 모으면

방금 전까지 새까맣던 친구들 얼굴도 하얗게 변했고

친구들 얼굴에선 재각각의 비누향기

 

문득 요즘

어릴 적 맡았던 그 비누향기를 맡고 싶다

지친 몸으로 맞은 저녁

마음 맞던 친구처럼 편하게 마주 앉아

서로의 비누향기 맡으며 하루를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갖고 싶다

 

겨울이면 연지곤지처럼

이름 모를 어린이용 크림 찍어 바르고 좋아라 웃던

그 순수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한참을 같이 걸어도 싫증나지 않은 내 짝꿍 손을 잡고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어떤 욕심  (0) 2007.10.02
(詩) 9월의 시  (0) 2007.09.29
(詩) 잊을 수 있는 기억이 있다면  (0) 2007.09.19
(詩) 그리움도 길어지면  (0) 2007.07.27
(詩) 내 안에 섬  (0) 2007.05.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