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누향기
어릴 적 해질 무렵이면
엄마 손에 끌려 집으로 돌아와
매운 비누거품 가득 얼굴에 바르고
차디찬 한바가지 물에 세안을 했던 때
개구진 성격 자제 못하고 집 앞 골목으로 뛰어나가
동네방네 아이들 불러 모으면
방금 전까지 새까맣던 친구들 얼굴도 하얗게 변했고
친구들 얼굴에선 재각각의 비누향기
문득 요즘
어릴 적 맡았던 그 비누향기를 맡고 싶다
지친 몸으로 맞은 저녁
마음 맞던 친구처럼 편하게 마주 앉아
서로의 비누향기 맡으며 하루를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갖고 싶다
겨울이면 연지곤지처럼
이름 모를 어린이용 크림 찍어 바르고 좋아라 웃던
그 순수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한참을 같이 걸어도 싫증나지 않은 내 짝꿍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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