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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9월의 시

by 푸른비(박준규) 2007. 9. 29.

- 9월의 시

 

 

푸르던 나뭇잎 채 마르기도 전에

바람에 꺾인 나뭇가지는

앙상한 뼈를 드러내고 먼저 말라 버렸다

 

여름을 천하에 알리며 한 계절 울던 매미는

아기 귀뚜리가 쉴 수 있는 가을을 불러놓고

자신은 자기가 울던 나무 밑거름이 됐다

 

나를 떠난 그대여

그대는 내게 무얼 남기고 떠났는가?

 

그대를 보낸 내 영혼이여

나는 그대를 위해 무얼 남겼는가?

 

서로 득이 될 수 없던 인연 속에서

우리에게 남은 건

9월의 마지막 밤이 흘려 놓은 찬바람뿐이다

 

나뭇잎을 위해 수분 아끼지 않았던 꺾인 나뭇가지와

가을 애타게 부르다가 제 나무 밑거름이 된

한 마리 보잘 것 없는 매미보다도 못했던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 전까지 서로를 위한 기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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