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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목소리만 좋았어도 내 삶은 바뀌었을 거야

by 푸른비(박준규) 2009. 4. 17.

 

 

부제: 삶이 힘든 당신에게 바치는 글

 

 

오일, 사일, 삼일 또 다시 장애인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무슨 축하할 날도 아닌데 매년 이날은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그나마 나 같은 장애인들한테나 의미(?) 있는 날이지 일반인들에게는 솔직히 이런 날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기념일이다. 하긴 이날 말고도 각종 기념일이 사람들 무관심 속에 스쳐 지나는 날도 많으니 할 말은 없다.

 

천성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난 나는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참 많다. 말이 천성적 장애인이지 엄밀히 밝히자면 후천성 장애를 입은 것이라고 어머님은 생전 말씀해 주셨고 그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내게 미안해하시다가 돌아가셨다. 즉, 태어날 때 좀 몸집이 컸던 나는 제왕절개술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의사의 자신감으로 자연분만을 유도해 태어나다가 결국 강제로 빼내는 과정에서 신경을 건드려 장애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엔 의료사고에 대한 정보도 없었을 뿐더러 그 의사는 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 지나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고 하니 어쩔 수없이 이 시골에서 어머니 혼자 힘들게 키우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것은 다 지난 일이니 말해봐야 소용없고.

 

목소리만 좋았어도 내 삶은 바뀌었을 거야

 

결론은 태어나자마자 뇌병변 이란 장애를 얻고 지금껏 살고 있다. 이 장애인을 구분 짓는 장애유형만 해도 여러 개가 있고 그 유형에서도 등급별로 다시 나뉜다. 장애등급은 숫자가 낮을수록 중증장애에 속한다.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장애유형 중에서 뇌변병 장애가 가장 지랄 같은 병이다”라고. 왜냐면 다른 장애유형은 해당하는 신체부위만 불편하지만 이 뇌병변 장애는 복합장애다. 중복장애하고도 칭한다. 이는 말 그대로 장애가 골고루(?) 있다는 뜻이다. 뇌병변 장애인들은 대부분 팔 다리, 언어 장애가 동반돼 있다. 그 증세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보통 그렇게 세 가지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전은 되지 않는 다는 것.

 

나 역시 이 부분에 참 많은 불만과 원망을 갖고 살았다. “왜 나는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을까?”라는 불만이 가득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는 말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전화조차 편히 못할 정도의 언어장애를 가졌으니 정말 울고 싶은 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만일 전화통화만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더라도 지금보다 몇 배는 퀄리티 높은 기사들을 취재해 썼을 것이고 대인관계 역시 지금보다 비교 못할 만큼 좋았을 것이며 결론적으로 현재 내 삶의 환경은 180도가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나는 내 목소리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목소리가 아니라면 팔, 다리라도 조금만 더 자유스러웠다 해도 결과는 지금보다 훨씬 멋지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 자신에게 갖던 불만과 원망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나보다 더 불편한 사람들을 이해했기 때문.

 

솔직히 지금도 장애인 친구들이 많지 않다. 내 몸 자체가 중증(?)장애인이면서도 강한 어머니 덕분에 일반학교를 다녔고 친구들 역시 비장애인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장애인 친구를 사귄지는 불과 몇 년 안 된다. 하지만 그 친구들을 만나며 나 역시 많은 걸 배운다. 나보다 더 불편한 친구 또는 선배들이 얼마나 당당하고 멋지게 사는지 그동안 내가 갖던 불만과 원망은 행복에 겨워 투정하는 것에 불과 했단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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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든 당신에게 바치는 글

 

“위 글을 읽은 당신은 삶에 있어 무엇이 힘이 듭니까?”

 

자유롭게 걷질 못하고 말을 잘 못하고 손이 떨려 남들 앞에서는 밥도 잘 못 먹고 그렇습니까? 만일 그렇다 해도 행복한 것입니다. 그런 당신보다 더 불편한 몸으로도 열심히 사는 장애인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더 노력해 본다면 당신은 금방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며칠 전 4년 넘게 인터넷카페서 활동하며 친분을 쌓았던 회원님들과 처음으로 정모란 걸 가졌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그렇게 다정하실 것처럼 대하시던 회원님들이 저를 직접 보시고 가벼운 인사만 한 뒤 다른 분들과만 얘기하시더군요. 물론 카페지기는 저였지만 장애인 역시 저 혼자 뿐 이였지요, 대략 70여 분이 모인 자리였지만 운영진 외엔 제게 쉽게 다가오지 않으시더라고요. 허나 저는 그분들을 이해합니다. 제가 속이 넓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해야 제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현재 삶이 좀 힘드셔도 저 같은 사람도 당당히 살려고 한다는 걸 생각해 주시고 멋지게 가슴 펴고 기운들 내시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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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준규  

푸른비전하는 세상사는 이야기  

 E-Mail : poems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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