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졸지에 ‘사이비 기자’가 된 사연!

by 푸른비(박준규) 2009. 4. 29.

 

 

부제: 애먼 지역신문기자 잡는 "가평군"

  

▲ 가평군청

 

지난 27일 한 언론사를 통해 밝혀진 우리 지역 군청의 비리 의혹에 나는 졸지에 “사이비기자”가 되고 말았다.

보도된 내용과 재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가평군은 지난 해 배정된 군 예산 일부를 지역 언론사 기자들과 경찰간부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사용한 것. 이는 한 시민단체의 제보로 문제가 제기된 것이며 취재결과 대부분이 사실로 밝혀져 “가평군”이라는 이름에 군(郡) 스스로 먹을 칠한 격이 되고 만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군은 가평경찰서 모 계장에게 매월 30만원 씩 총 440만원을 “경찰의 날 격려금”, “업무 협조 격려금” 이란 명목으로 총 14회에 걸쳐 나눠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일부 지역 언론사 기자들에겐 군정홍보 명목으로 20-30만원 씩 지급하고 추석과 같은 명절 때도 격려금을 주는 등 경찰과 기자들 30여 명에게 총 3천여 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급하지 않은 기자들 이름도 명단에 올려 예산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에 군청은 “수고비 명목으로 현금을 주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며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애먼 지역신문기자 잡는 "가평군"

 

이 같은 사실에 해당 군 지역신문사 기자로 활동 중인 나는 얼떨결에 “사이비기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1차적으로 위 내용이 보도된 27일, 아는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어이, 박 기자, 뉴스 봤어? 가평 매스컴 탔대? 거기 신문사는 해당사항 없겠지?”

“음, 저도 알아봐야 알 것 같은 데요.”

 

그렇지 않아도 뉴스를 보고 착잡해 하던 차에 그 착잡함에 종지부를 찍는 전화였다. 나는 한 지역신문사에서 거의 프리랜서로 기사를 쓰는 사람이다. 부서는 사회부지만 주로 가평을 꼬집는 칼럼을 쓴다. 이렇다보니 군에서도 날 보는 시선은 곱지 않을 터. 또한 나도 군에 예뻐 보일 필요성을 못 느낀다. 단지, 내 글들로 인해 바뀔 것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만 군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뿐.

 

본 사건이 터진(?) 후, 이 지역 언론인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니 모두들 동일한 말을 한다. “군에서 격려금조로 얼마씩 주는 건 오래된 관행이야. 이번은 군청에서 멍청하게 회계작성을 잘못해 알려진 것이지 어느 지역이나 이런 문제는 안고 있는 거야.” 라는 식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반응들을 보였다. 순간 이 사건에 욱 했던 나만 바보가 됐다.

 

해서 격려금을 받지도 않은 기자들의 명단이 포함된 것은 어찌된 문제냐고 했더니 "그것은 군청의 잘못이 분명하나, 격려금을 받고도 안 받았다고 발뺌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 역시 현 지역 언론인들의 의견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군에서는 격려금 지급한 명단을 허위 작성해 취재 시 공개하고 이를 통해 진위를 떠나 명단에 오른 지역신문사 기자들은 졸지에 “사이비기자”가 되는 것인데 묵묵히 글만 쓰던 기자들은 뭐가 되는 것인지?!

 

홍보성 기사 대가는 허용?!

 

이러한 반 뇌물성 대가에 대해서 한 지역신문기자는 이렇게 표현을 했다. “어차피 지역신문사의 재정은 어려운 것이며 때문에 홍보성기사를 써주고 받는 대가는 신문사운영에 도움이 되므로 받아도 큰 상관은 없어 보인다. 단, 홍보가 아닌 잘못 된 사실을 무모 해달라는 의도로 주는 대가는 절대 받아선 안 된다.”고. 즉, 흔히 말하는 광고비는 받아도 되나 안 좋은 사실을 미화시켜 달라는 조건의 대가는 절대 받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과 같은 대가는 군정홍보비를 떠나서 별도로 책정된 예산도 아닌 세금 자체에서 빼다 쓴 것이며 게다가 명분도 확실치 않은 것들에 지급했다는 점이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눈먼 돈들을 받는 기자 또는 고위직 인사들은 자신의 양심에 책잡히는 일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번 일을 관행이라 얼버무리며 애먼 지역신문기자들을 잡은 군청과 이를 관행이라고 역시 받아 드리려는 각 기관 고위층이나 일부 기자들은 스스로 반성해야할 때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지역신문기자들은 여전히 사회에 홀대 받을 것이며 해당 지역에서마저 손가락질 받는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졸지에 “사이비기자”가 된 지금, “에코피아 가평”을 슬로건으로 건 이 지역 신문사기자 라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동일기사 [오마이뉴스 버전으로 읽기 (클릭)

 

 다행히 발표된 명단엔 우리 신문사 직원들의 이름은 없었지만 이번 보도로 인해 가평군 지역신문사 기자들의 이미지 손실은

 막을 수 없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