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늦가을의 들꽃

by 푸른비(박준규) 2012. 2. 4.

- 늦가을의 들꽃

 

 

짧은 단어로

너를 그린다는 것이

길지 않은 문장으로

나를 보여준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네.

 

마주보고 있으면

애써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너와 나만의 교감이지만

 

거리를 잴 수 없는 그곳.

지명조차 존재하지 않는 그곳.

나는 이곳에, 너는 그곳에.

서로의 영역을 지키고만 있으니

내 짧은 표현은 한줌의 바람이구나.

 

하지만

많은 단어로, 길고 긴 문장으로

너와 나를 그린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아쉬울 거야.

 

우리 몸뚱이보다 작은

서로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서로를 그리다 시들어 가는

늦가을의 들꽃이 될 거야.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철새인연  (0) 2012.02.06
(詩) 겨울 속 봄바람   (0) 2012.02.05
(詩) 고개 숙여 지는 겨울새벽  (0) 2012.02.03
(詩) 미물(微物) 동경(憧憬)  (0) 2012.02.02
(詩) 카멜레온  (0) 2012.02.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