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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비겁자의 선물

by 푸른비(박준규) 2012. 4. 14.

- 비겁자의 선물

 

 

생명력 없어 보이던 나뭇가지에서

꽃이 피기 시작했네.

겨우내 바짝 마른 나뭇가지

겨울바람에 동사했을 줄 알았던 나뭇가지에

노란 꽃들이 줄줄이 피기 시작했네.

그래. 너희는 죽지 않았었구나.

얼음 같은 칼바람에 내가 숨어 있는 동안

너희는 한 계절을 기절한 체

그 차디찬 바람 맞고 서 있더니

온몸에 훈장 같은 꽃잎을 피어냈구나.

겨울을 숨어 지낸 나와

알몸으로 칼바람을 맞으며 버틴 나무

우리는 결코 같을 수 없겠지?

 

그래도 나는

이 화창한 봄날에

너희들의 훈장 빛 꽃잎을 따서 작은 꽃띠를 만들어

내님 머리 위에 씌워주고 싶네.

마치, 모진 겨울 이겨내고

님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 것처럼

이 하늘 어느 아래 있을 내님 머리 위에

노랗게 빛나는 작은 왕관을 씌워주고 싶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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