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겁자의 선물
생명력 없어 보이던 나뭇가지에서
꽃이 피기 시작했네.
겨우내 바짝 마른 나뭇가지
겨울바람에 동사했을 줄 알았던 나뭇가지에
노란 꽃들이 줄줄이 피기 시작했네.
그래. 너희는 죽지 않았었구나.
얼음 같은 칼바람에 내가 숨어 있는 동안
너희는 한 계절을 기절한 체
그 차디찬 바람 맞고 서 있더니
온몸에 훈장 같은 꽃잎을 피어냈구나.
겨울을 숨어 지낸 나와
알몸으로 칼바람을 맞으며 버틴 나무
우리는 결코 같을 수 없겠지?
그래도 나는
이 화창한 봄날에
너희들의 훈장 빛 꽃잎을 따서 작은 꽃띠를 만들어
내님 머리 위에 씌워주고 싶네.
마치, 모진 겨울 이겨내고
님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 것처럼
이 하늘 어느 아래 있을 내님 머리 위에
노랗게 빛나는 작은 왕관을 씌워주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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