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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생각이 낳은 허울

by 푸른비(박준규) 2012. 4. 15.

- 생각이 낳은 허울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걷는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동성과 이성을 떠나 잠시 손을 잡고 걷는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어릴 적,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습관적으로 상대방의 손을 잡고 걸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나는 즐거워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손잡는 것을 피하거나

남들을 의식한다.

특히 동성 중에서도 남성들이 더 그러할 터.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같은 남자면 어떠한가? 잠시 손잡고 걸을 수도 있는 것이지.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생각에서 오는 후유증에 시달린다.

사람과 다른 곤충이나 동물들은 어려서의 습관이

다 자란 후에도 이어져 가지만

사람은 머리를 쓰는 동물이라서 생각이 습관을 흡수할 때가 많다.

그러면서 생겨난 것이 격식과 체면과 같은 허울들이다.

이 허울들 덕에 사람들은 어른이 될수록 순수를 잃어간다.

아니, 허울 속에 묻고 산다.

어릴 적 나는

비록 타인의 손에 타인의 팔짱에 의지하는 것이 습관이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의 습관을 갖고 있다.

이제는 의지가 아닌 다정함의 표시로 타인의 손을 잡고 싶지만

그들은 생각이 커져 생긴 허울에 내 손을 사양한다.

하지만 다 커버린 지금도

우리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걷는다면 행복해질 것이다.

생각이 커져 생긴 허울만 벗고 서로를 대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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