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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까옹일기

정말 미안해.. 키티야.

by 푸른비(박준규) 2013. 12. 9.

이 글이 키티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가 될 듯싶습니다.

 

지난 5일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한 아기길고양이(이하 키티)가 알고 보니 아파트주민이 기르다가 한 달 전인가 약 8km 떨어진 작은 동물관련소(?)에 가져다 줬던 고양이라고 합니다.

 

전 주인의 말로는 그 먼 거리를 고양이 혼자 아파트까지 찾아온 것이라고 주장을 하네요. 그건 중요한 게 아니어서 일단 어째서 이번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키티는 6개월 전에 태어났고 아기 때 전 주인 딸(고등학생)이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 집엔 아이들 3명과 부모가 거주함) 그러나 키티가 점점 자라면서 주거공간도 부족하고 털도 빠지자 그 집 아빠가 다른 데로 보내라 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아빠가 아토피가 있다고.. 쩝...

 

하여 8km 떨어진 곳으로 입양(?)을 보냈는데 그곳을 탈출해 아파트까지 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인데 제가 봤을 때는 거의 불가능한 얘기로 밖엔 들리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거리 구조상 누가 봐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거든요. 단, 북한강을 헤엄쳐 왔다면 거리는 약 2-3km로 단축 되지만 그 거리를 헤엄쳐 온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고요.

각설하고.

 

그렇게 찾아와 며칠을 아파트 단지에서 맴도는 것을 저는 지난 5일에 처음 봤고 6일에는 제 차 밑으로 들어간 것을 발견하고 사료 주러 나가는데 마침 그 집 딸이 먼저 키티에게 참치캔을 주고 있더군요. 하여 물어봤더니 자기네 고양이라며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대충 이야기를 듣고 학생 엄마를 불러 얘기를 나눈 후 하루 이틀 제가 봐줄 테니까 키티를 데려갈 준비하라고 전했습니다.

 

키티를 그날(6일) 밤 사무실에 두고 퇴근해 집에 있는데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져 다음 날(7일) 오전 사무실에 나가 키티랑 조금 놀아주고 학생과 엄마가 왔길래 이래저래 해서 내가 키울 수 없으니 빨리 데려가고, 일단 병원부터 데려가 치료를 해주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걸더군요.(키티를 돌봐줄 사람을 찾는)

 

그렇게 1-2시간을 얘기하고 수소문하며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국에는 제가 먼저 더 적극적으로 “정 갈 데가 없으면 일단 병원부터 데려가 치료하고 입원시키고 그 시간동안 신랑과 상의를 하든가 다른데 보낼 곳을 알아보라고...”

 

솔직히 2-3일 정도 제가 더 돌봐줄 수는 있었으나 당시 키티 목소리도 많이 변해 있었고 설사가 심했으며 얼굴도 붓고 상처까지... 건강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제가 데리고 있는 것보단 병원부터 보내는 것이 우선이란 생각에 무작정 전 주인에게 떠넘기다 시피하며 보낸 격이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제야 딸과 함께 키티를 데리고 나서더군요. 춘천 병원으로 가봐야겠다고. 그러면서 정 힘들면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야겠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가 그건 최후의 방법이니 나중에 생각할 문제고 일단 키티 건강부터 챙겨 주라며 말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키티와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났는데요. 그 후,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밤이 찾아드니 걱정이 더 되더군요. 해서 늦은 시간이라 실례임에도 불구하고 그 집 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병원 잘 다녀왔냐고. 그랬더니 잠시 후 답변에는 너무 안타까운 내용의 문자가 오더군요. “병원은 안 가고 바로 동물보호소로 데려다 줬다”는...

 

순간 제자신이 싫었습니다.

며칠만 좀 더 돌봐주며 입양할 곳을 알아봐 줄 걸 하는 생각 때문에 말이지요. 하지만 저희 사무실 특성상 고양이를 두기가 힘들었고, 무엇보다 아이 건강부터 챙겨야한다는 생각에 전 주인에게 떠넘기듯이 안겨 보냈던 것이었는데... 그런 제자신이 정말 싫어지고 키티에게 미안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동물보호소로 가게 되면 운이 좋아야 입양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일정기간 경과 후 안락사 시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키티에게 그런 공포를 겪게 한 원인제공자가 된 셈이니까요. 지금도 정말 마음이 불편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키티를 버린(?) 주인을 탓하기 전에 우리 인간들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신중한 고민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여 저는 될 수 있으면 자신 없는 것은 처음 시작을 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이번에 키티 같은 경우도 주인 없는 길냥이었다면 주기적으로 사료와 물을 제공하려 마음먹었었지만 주인이 있다는 걸 알고 가능한 다시 전 주인에게 인계해 보다 안전하게 살게 해준답시고 강제로(?) 떠넘기듯 키티를 보내버린 격이 돼 버린 것입니다. 이에 저 또한 깊은 반성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도 제 이기주의 때문에 이번과 같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결국, 키티가 건강해져서 좋은 곳으로 입양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바라는 수밖에 없게 되었네요.

 

지금 글을 쓰고는 있지만 이 글을 읽어 주실 님들께도 괜히 죄송스러워 집니다.

 

앞으로 이런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더욱 신중히 행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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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미안해. 키티야. 부디 아프지 말고 좋은 집사 만나 주렴. ㅜㅜ;

 

 

- 덧

 혹시 위 글을 읽고 키티 전 주인에게 악성댓글을 다실 것이라면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가정도 나름의 이유가 있어 최후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결과 적으로 안 좋은 결말이 났지만 이를 계기로 그 전 주인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꼭 악성댓글을 다실 분들은 차라리 제게 달아 주십시오.

 어찌 보면 저의 불찰로 키티를 보내게 된 것이니까요.

 

 죄송합니다. (__)

 

 

 

 

▼ 사무실서 허겁지겁 사료와 물을 먹던 키티....ㅜ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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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지금 사진을 올리다보니 눈물이 많이 납니다.

이 글을 읽는 반려동물 주인 분들은 그 녀석들이 옆에 있을 때 잘 해주십시오. 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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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2

위 글은 제 자신에게 자책과 반성하는 의미로 올린 것입니다.
저는 더 이상 반려동물을 거둘 여력이 없기에
애써 키티를 전 주인에게 보냈는 지 모릅니다.

거듭 죄송합니다.

.

.

- 덧3

 

좀 전에 전 주인에게 전화해 키티를 맡긴 곳을 문의해 답변을 들었습니다. 아래 참조.

 

[춘천유기동물보호소] 031-250-4762 (3790)

맡긴 날: 12월 7일 토.

이름: 키티

카페: http://cafe.naver.com/ccshelter

 

혹시라도 키티를 입양해 주실 분은 위 연락처로 연락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여건이 안 되어 못 데려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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