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론 차라리
때론
손에서 놓아야 행복해질 책이 있었다.
두 세 번을 읽어 낡아진 시집 한 권은
몇 날을 들고 있어도 행복하지만
졸음 묻어나는 장문의 연애소설은
몇 날이 지나도 새 책 냄새 가시지 않으니
차라리 손에서 놓아야 행복했었다.
때론
문을 닫아야 행복해질 그 무엇이 있었다.
붉고 푸르스름한 하늘빛이
동쪽 창문을 비집고 들어올 땐
밤샘의 피로가 풀릴 만큼 행복하지만
동이 터 햇살이 방안 먼지를 깨울 땐
차라리 문을 닫고 어둠을 가둬야 행복했었다.
때론
그리움을 놓아야 행복해진다는 걸 알았다.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에 빠져 몇 날을 아파하며
나를 방치하고 망가뜨려도 행복했지만
그 그리움이 세월 따라 흘러만 가고
그 자리엔 덕지덕지 미련만 남는 걸 보니
그리움도 놓아 버려야 행복해 진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에 찌들게 되면
그리움이 주는 애틋함과 설렘이 퇴색 되니
차라리
때론
찌든 그리움은 놓아 버리는 것이
새로운 그리움을 맞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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