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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때론 차라리

by 푸른비(박준규) 2016. 9. 8.

- 때론 차라리

 

 

때론

손에서 놓아야 행복해질 책이 있었다.

두 세 번을 읽어 낡아진 시집 한 권은

몇 날을 들고 있어도 행복하지만

졸음 묻어나는 장문의 연애소설은

몇 날이 지나도 새 책 냄새 가시지 않으니

차라리 손에서 놓아야 행복했었다.

 

때론

문을 닫아야 행복해질 그 무엇이 있었다.

붉고 푸르스름한 하늘빛이

동쪽 창문을 비집고 들어올 땐

밤샘의 피로가 풀릴 만큼 행복하지만

동이 터 햇살이 방안 먼지를 깨울 땐

차라리 문을 닫고 어둠을 가둬야 행복했었다.

 

때론

그리움을 놓아야 행복해진다는 걸 알았다.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에 빠져 몇 날을 아파하며

나를 방치하고 망가뜨려도 행복했지만

그 그리움이 세월 따라 흘러만 가고

그 자리엔 덕지덕지 미련만 남는 걸 보니

그리움도 놓아 버려야 행복해 진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에 찌들게 되면

그리움이 주는 애틋함과 설렘이 퇴색 되니

차라리

때론

찌든 그리움은 놓아 버리는 것이

새로운 그리움을 맞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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