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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24시간 단식 후 먹는 떡볶이

by 푸른비(박준규) 2006. 6. 28.

최근 단체급식 식중독 파문으로 인해 많은 학교에서 급식을 중단해 단축수업과 기말고사 연기가 속출되는 사태가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학교에서는 급식만 중단하고 정규수업을 단행함으로서 학생들이 집에서 점심을 싸 오거나 학교 주변에서 사먹는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결식학생들은 제2의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의 정성이 들어간 도시락은 제외하더라도 한 끼 2-3천원이 없어 한창 성장할 나이에 끼니를 굶어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이번 사건이 마음의 큰 상처가 되지 않을 까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도 대두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식국민들의 배고픔을 느끼기 위한 24시간 단식


비록 결식학생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이들 모두를 복지정책으로 구제하기엔 역무족한 현실이 사실이며 아직까지 그 해결 답안은 이 사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 더욱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나마 이들의 배고픔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려고 24시간 단식을 시도해 봤습니다. 기간은 06월 27일 저녁 8시 기준으로 06월 28일 저녁 8시까지 24시간 단식을 하며 일상생활을 해봤습니다. 체험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잠자는 시간을 빼기 위해서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단식을 했음을 밝힙니다.


27일 저녁 8시 전 햄버거 두 개와 음료수 한 잔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컴퓨터 작업을 28일 0시까지 마치고 잠시 쉬었습니다. 그리고 아침 6시까지 월드컵 중계를 보며 날을 샜지요. 그때 쯤 되니 뱃속에서 꼬르륵 하며 허기를 알리는 신호가 오더군요. 밤을 샌지라 하루 일과 생활하는데 차질이 생길까 1시간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오전 7시에 일어나 씻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살펴보며 오전 9시전까지 웹서핑을 했습니다. 오전 9시경 일이 있던 관계로 집을 나섰습니다. 도착한 곳에서 거의 하루 일과를 보냈지요. 그곳에 직원들 점심식사 할 동안을 잠시 나와 드라이브를 하며 허기를 달래봤습니다. 그 시간이 오후 1시 30분 경. 뱃속에선 속 쓰림과 신물까지 올라오는 듯 했습니다. 사무실로 들어와 반 컵의 물로 속을 달랬습니다.

 

그렇게 또 오후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중엔 큰 고통은 없었지만 기운이 없고 서서히 머리마저 아파옴이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해서 오후 6시 쯤 되어 사무실을 나와 집으로 오는 도중 무얼 사다 먹을까 행복의 고민이 시작되더군요. 고심 끝에 겨우 떡볶이 2천원 어치를 동네에 와서 샀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먹고 싶었지만 이왕 시작한 24시간 단식시간을 채우기 위에 포장해 차에 싣고 남은 시간동안 공설운동장 가서 자전거 타며 운동 좀 했습니다. 기운이 없으니 정말 힘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집에 오니 저녁 8시가 좀 넘었네요. 집에 들어오는 순간 맥이 빠지고 아무 것도 하기가 싫었습니다. 겨우겨우 샤워 좀 하고 조금 쉬었다가 사 온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평소 하루 한 끼에서 두 끼 정도 밖에 먹지 않는데 하루 한 끼도 안 먹었다고 이렇게 까지 몸이 쳐질 줄은 몰랐습니다. 이러니 식욕이 왕성할 나이에 제 끼니 못 찾아 먹는 결식학생들의 어떻겠는지요? 그것도 제 잘못 없이 사회적 어른들의 잘못으로 그 피 같은 한 끼마저 도둑맞은 학생들은 누굴 원망하겠는지요? 급식중단 학교에선 3천 원 가량의 도시락을 사주거나 주변식당 식권을 준다고 하나 이러한 대책이 이미 상처를 받은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위한이 될지 의문입니다.


더 이상의 급식에 있어서 대란이 없기를


이번 일로 하여금 정부와 학교 그리고 급식관련 단체들은 제2의 급식대란이 생기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각자 떠넘기기식 책임회피 또한 없어져야할 것입니다.

▲[ 맛없어 보이지만 꿀맛이었던 떡볶이 2천 원 어치.포장해 온 것이라 그릇이 지저분하죠? ㅠ]

 

이번 개인적인 24시간 단식 후에 먹은 2천원 어치의 떡볶이는 그 어떤 만찬보다 맛있었습니다. 이렇듯 사람 배를 채우는 데는 큰돈이 들지 않습니다. 다만 청결과 건강에 이상만 없게 신경 써 준다면 이번과 같은 후진국 형 급식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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