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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의사선생님 고맙습니다.

by 푸른비(박준규) 2007. 4. 1.

 

부제: 언어장애와 수전증을 고쳐준다는 편지



조금 전 뜻밖에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 어머니께서 어느 대학병원 의사선생님에게 부탁해 놓으신 것에 대한 답변 편지였습니다.


선천성으로 뇌변병장애를 갖고 태어난 이 못날 아들 위해 전국방방곡곡 용하다는 병원을 돌며 최대한 불편한 몸을 편하게 고쳐 주시려 했으나 현대의술로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에 늘 죄인처럼 사셨던 어머님. 어느 대학병원 의사선생님에게 아들의 언어장애와 손 떨림만이라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면 연락해 달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셨는데 그 의사선생님에게서 편지가 온 것입니다.


그렇게 어머님은 못난 아들을 두고 먼저 하늘나라로 가셨고, 나는 지금껏 내 운명에 수궁하며 지냈는데 방금 받은 한 통의 편지에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편지 내용 속에는 그동안 연구 중이던 뇌병변장애인들의 언어장애와 수전증을 치료할 수 있는 의술을 찾았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큰 수술 없이도 치료가 된다고 추신까지 되어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안고 온 나의 고질병이 이제야 낫나 봅니다.


치료만 받으면 나는 새로운 사람이 되겠지요?

앞으로는 누구 앞에서도 당당히 말 할 수 있으며 그들 앞에서도 자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단한 메모도 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사람 의식해서 오는 내 몸의 경직도 자연스레 줄어들 테고 이 험한 세상 살아가는데 더없이 큰 용기가 생기겠지요.


이 편지를 읽는 일반 비장애인들은 모를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는 현실을 말입니다. 자신의 말을 남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다거나 남들 앞에서 손놀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자신이 행복한 사람인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너 보다 불편한 사람들도 열심히 산다!’ 라고 충고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맞는 말씀이며 그 충고에 토를 달 생각이 없습니다. 단지 나는 오늘 받은 편지 한 통에 기쁨을 감출 수 없어 그동안에 불만을 주저리주저리 하소연했을 뿐입니다.


의사선생님 고맙습니다.

내 어머니께서 하늘나라에서도 못난 아들이 눈에 밟히셨는지 지금에 와서 그 훌륭한 의술을 의사선생님께 내려주셨나 봅니다. 이제 나와 같은 장애인들과 더 불편했던 장애인들에게도 환한 새 삶의 빛이 비추는 날이 온 것이겠지요? 의사선생님 너무나 고맙습니다. 날이 밝는 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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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받은 편지 밑에 보낸 날짜를 04월 01일 만우절이군요. 더불어 그 희망의 편지까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결론은 내 상상 속에 배달된 한 통의 희망편지였네요. 그렇게 바라던 내 희망을 기다리지만 말고 이 밝은 04월부터는 용기내서 찾아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만우절, 거짓말 하려면 누구나가 들어서 기분 좋아할 거짓말로 가볍게 하고 보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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