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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난 두 얼굴이어도 좋아요

by 푸른비(박준규) 2007. 11. 14.

부제: 내가 두 얼굴인 이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통신에서 느낀 것과는 참 틀리시네요?’

 

이제 너무 자주 들어서 만성화 됐지만 나는 이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 해답은 1분도 되지 않아 나온다.

 

그렇다. 나는 내가 봐도 두 얼굴의 소유자다. 굳이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고 질문한다면 PC통신(온라인)이란 매체가 생기고 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전까지야 누구를 처음 만나게 되면 대부분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났으니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지만 통신이란 매체가 생기면서 부터는 대부분 그곳을 통해 사람들을 알게 되니 내 실제적인 겉모습과 목소리는 그들에게 보여주지 않게 되므로 나에 대해 일부 감춰졌기 때문일 것이다.

 

내 두 얼굴이 좋은 이유

 

이렇게 온라인 매체의 발달은 내 인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고마운 그 무엇이 되어 버렸다. 이 매체를 통해서 나는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고, 글을 쓰게 되었고, 생계수단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것들을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두 얼굴을 갖게 되었다. 일상에서의 나의 불편한 몸과 어눌한 말은 온라인상에선 감쪽같이 사라지기 때문에 최소한 이곳에서 만큼은 나는 자유인이 된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일회성 인연이 대부분이라 만남이 가져다주는 긴장도 할 필요 없고 만나다해도 카페 채팅방이나 게시판 글들을 통해 만나게 되므로 내 실체를 보여줄 걱정도 없으니 나는 그저 맘 편히 이들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하기엔 전혀 부담감이 없다.

 

그래서일까? 온라인상에서의 내 모습은 내가 봐도 틀리다. 실제로 만나면 버벅거리다시피 하는 말주변이 이곳에서는 청산유수로 쏟아져 나오며 나름 유머라고 표현하면 모두가 웃어주는 등 내 얼굴은 아주 평범한 이미지로 상대방에게 전해지는 듯하다. 그래서 알게 된 인연들도 몇몇 되고.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처음 친해져 오프라인 상으로 만나부터 시작된다. 온라인상에서 나름 그들에게 나에 대해 설명을 하고 직접 만나는 것이지만 그들은 내게 적잖은 실망 또는 의외라는 눈빛을 보낸다.

 

그렇게 온라인상에서는 말 잘하던 사람이었는데 직접 만나보니 속된 표현으로 환상이 깨진 건 지 대부분 만난 사람들은 참 다양한 핑계 멀어져 갔다. 이러한 이유가 바로 내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렇게 두 얼굴을 보여서라도 그들을 만날 수 있지 않았는가? 그래서 내 두 얼굴이 좋다.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

 

위의 경우처럼 지접 보고 성에 안 차 나를 멀리하는 사람은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최근 일부 사람들은 내게 적잖은 새로운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

 

카페활동이다 블로그활동이다 해서 요즘처럼 즐겁고 바쁘게 살아본 적도 오래된 듯하다. 그러다 보니 내 글과 내 하찮은 유머까지 여기저기 퍼지고 있는데 이런 글들만 보고 내게 접근(?) 하는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상처를 받는다.

 

언젠가는 어디서 읽었는지 내 글을 읽고 메일로 까지 먼저 인사를 전해와 잠깐 메일 교류를 한 사람이 있다, 늘 습관처럼 그에게도 내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고 나에 대해 알려면 글들을 읽어보라고 안내까지 해준 뒤 몇 번 더 메일 교류를 하다가 어느 날, 카페 메신저로 대화를 하다가 자연스레 내 장애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해서 내가 장애인인 걸 몰랐냐고 물으니 우물쭈물, 그럼 블로그에서 글들은 읽었냐 했더니 그것도 우물쭈물. 그러더니 대화주제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퇴실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것처럼 접근해 놓고 그 기본적인 것을 몰라 황당해하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더 황당할 따름이었다. 이런 경우가 몇 번 있어 이젠 나름 적응돼 상처는 안 받지만 참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새삼 착잡해 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밝히지만 나의 두 얼굴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다. 그 이유는 실질적인 만남에선 내 육체가 말을 안 들어 표현 못할 뿐이지,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보여준 표현들은 내 마음이, 내 정신이 모여 그들에게 표현한 것이기에 실제로 나는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여!

사람은 얼마든지 속과 겉이 달라 보일 수 있으나, 그 사람의 속을 보고 만났다면 부디 그 사람의 겉모습 쯤은 그대들 마음의 눈으로 봐줄 수 있는 여유를 갖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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