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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나의 첫눈에 대한 기억

by 푸른비(박준규) 2007. 11. 20.

부제: 당신은 첫눈에 어떤 기억을 갖고 계십니까?

 

 

2007년 11월 19일 밤 서울, 경기 강원 일대에 첫눈이 내림과 동시에 각 방송매체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소식 전하기에 분주했으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역시 친한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려 휴대폰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풍경을 그려냈습니다.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는 매 해 겨울이면 눈이 내리지만 첫눈이 내린다는 것에 사람들은 나름 특별함을 부여하고 이날을 기념하려 들뜨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첫눈이 우리에게 어떤 것을 의미하기에 이렇게들 특별해 하는 걸까? 잠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과연 내게 첫눈은 어떤 것일까? 젊은 사람들처럼 요란스럽게 생각진 않지만 내게도 분명 첫눈하면 떠오르는 그 무엇이 있을 거란 생각에 잠시 기억을 더듬어봤습니다. 생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떠오르는 게 하나 있더군요.

 

그것은 내가 어릴 때 즉, 국민(초등)학교 때까지 매 해 겨울이 오고 첫눈이 오는 날이면 어머니 손을 잡고 최소 동네 한 바퀴라도 돌며 이날을 기억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머니께서 참 감성적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공부하라는 소리보단 들이며 작은 동산이며 손 꼭 잡고 데리고 다리시며 나물도 캐고 토끼풀로 반지며 왕관이며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 딸이 없던 우리 집에서 이 못난 막내아들을 딸처럼 키우셨던 것이지요.

 

▲ 어머니 생전의 모습 

 

특히 첫눈이 내리고 겨울이 깊어지면 거실 연탄난로 위 주전자에선 늘 물 끓는 소리와 은은한 모과차나 생강차 향기가 가득했었습니다. 몸이 약하고 불편한 아들 위해 좋다고 소문난 민간요법은 뭐든 마다 않고 손수 해주시고 겨울엔 물보단 차를 마셔야 한다며 겨우내 차릴 달이시기 바쁘던 분이셨지요. 집이 시골이라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면 정말 분위기 있던 곳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그땐 어려서 몰랐지만.

 

 

오늘 가만히 생각하니 첫눈은 내게 이런 기억을 남기고 있었더군요. 그동안 사는 게 바빠서 마음에 여우가 없어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나에게 첫눈에 대한 기억이 무언지 오늘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에겐 전혀 공감대를 형성치 못할 내용이겠지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첫눈은 친구 또는 연인들과 만나 재밌게 즐기는 날 정도로 여겨질까요? 물론 그중엔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2007년 11월 19일 밤 첫눈 내리는 것을 보며 거의 잊고 있었던 나만의 첫눈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봤습니다. 당신은 첫눈에 어떤 기억들을 가지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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