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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스키장에서 들은 격세지감 이야기

by 푸른비(박준규) 2007. 11. 26.

부제: 그놈들, 참 좋은 시대 태어났네

 

 

 

지난 25일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스키장을 찾았다. 24일 개장을 한 터라 재밌는 행사나 그밖에 생생한 스키어들의 이야기를 담아볼까 해서였다.

 

하지만 두 개의 슬로프만 개장하고 나머지 슬로프는 오픈 준비에 한창이었다. 때문일까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지 않은 스키어들, 오히려 가족단위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띠었다.

 

스키장에서 듣고 느끼던 격세지감

 

취재거리가 없어 보여 벤치에 앉아 현장 사진 몇 장을 찍고 있는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내 옆에 와 앉으시며 대화를 거셨다. 이 할아버지는 춘천시 남산면에 사시는 권 모(70) 할아버지다.

 

할아버지: 무얼 그리 열심히 찍으시나? 허허..

푸른비: 아, 그냥 이런저런 풍경이요.

할아버지: 참 좋지요? 풍경이...

 

할아버지는 그렇게 내 옆에 앉으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 주셨다. 특히 스키장에 부모들과 함께 와 노니는 아이들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당신이 어릴 적과는 너무 많이 세상이 바뀌어 요즘 아이들은 참 놀 거리도 많고 고급스러워졌다는 게 주제로서 당신 어릴 적 겨울 놀 거리라 함은 눈싸움이나 논밭이나 강물이 얼면 그곳에 나가 썰매를 재치는 것이 고작이었고 팽이치기나 연날리기 등 한정된 놀 거리였지만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고급스러워진 장난감은 물론이요 이처럼 겨울엔 스키나 실내스케이트장 또는 편리하게 만들어진 눈썰매장 등 갈 곳 놀 곳이 참 많아져 행복해 보인다는 말씀.

 

조용히 듣고 있노라니 이 할아버지의 손자 나이쯤 되는 내 어린 시절도 비슷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할아버지 말씀이 정겹게 들리기만 했다. 그럼 내 어린 시절 하고 놀았던 겨울 놀이에는 뭐가 있었을까?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썰매타기, 연날리기, 팽이치기는 기분이본이고 옛날엔 없었던 비닐로된 비료봉투나 장만 쪼가리로 만든 썰매 아닌 썰매를 가지고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 눈을 타고 내려오는 놀이도 기억이 났다. 이 놀이의 최대 단점을 한 번 내려온 언덕(산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것과 옷은 그대로 젖어 버린다는 것. 특히 걸음에 약한 나는 친구들 두 세 번 타고 내려 올 동안 한번 탈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어린마음에도 속상했지만 그래도 해질녘 까지 포기 않고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웠다. 대신 집에 오면 어머니의회초리(몽둥이수준)와 잔소리는 기본적으로 겪어야 했던 절차였다.

 

그러나 할아버지 말씀대로 요즘 아이들은 거의 부모들이 함께 해주고 그 놀이의 수준 역시 높아져서 우리가 어린 시절 보냈던 추억과는 동떨어질 지도 모른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두 세 살 돼 보이는 꼬마아이와 다정한 엄마의 모습, 눈밭에서 한가로운 한 때를 보냈지만 훗날 그 꼬마아이가 추억했을 때 지금 내가 느끼는 추억과는 한참 다른 모습이 떠오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꼬마아이나 대화를 나눈 할아버지 그리고 나의 기억 저편의 추억은 모두가 즐겁고 행복했다는 것이다.

 

스키장 야외 벤치에 앉아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격세지감을 듣고 느끼며 일요일 오후 한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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