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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나의 결혼이야기 2

by 푸른비(박준규) 2007. 12. 4.

부제: 어느 장애인이 꿈꾸는 결혼이야기

 

 

사람은 대부분 결혼정년기가 되면 결혼들을 한다. 또 이것이 평범한 삶을 사는 순리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결혼 정년기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변해 버렸다. 즉, 정해진 나이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 내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결혼할 기대도 하지 않고 그저 현실 탓만 하며 자냈으나 며칠 전 내가 결혼을 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요즘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면 의례적으로 결혼생활 얘기나 관련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하게 된다.

 

결혼은 환상일까? 현실일까?

 

참 아이러니한 질문이다. 나 같은 미혼들은 당연히 환상이라 답할 사람이 많겠다 싶겠지만 의외로 현실이라고 대답한 미혼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았다. 물론 대답한 미혼들 연령층이 나처럼 결혼 정년 기를 넘어선 사람들이라 그렇겠지만 말이다. 왜 그런 것일까? 나이가 들수록 자연적으로 현실화 돼서 그런 것인가? 나에게는 참 신기하게 들렸다.

 

어찌 보면 가장 현명한 생각일지 모른다. 자신은 결혼생활 한 적은 없지만 또래 친구들에게 듣는 결혼생활에서의 단점들을 듣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면에서 현실이라고 판단 내려지기 때문이라도 말이다. 그러면서 결혼하는 연령대가 늘어나고 심지어 독신주의로 돌아서는 사람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는 남성보다는 여성의 경우가 더 심해 보였다.

 

그런데 나는 왜 아직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정신연령 문제인가? 아니면 현실도피주의 적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인가? 내 자신도 정확한 답은 모르는 질문이기 때문에 대답은 생략하기로 하겠다.

 

어쨌든 나에게 결혼은 아직 환상이다. 티브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부잣집 맏며느리, 맏사위 등 속된 말로 빵빵한 집안의 결혼생활은 돈 주고 하라고 해도 못하는 게 내 성격이다.(근데 얼마나 주려나? ㅋㅋ)모습니다.

 

나의 결혼 이야기

 

나의 결혼이야기는 단순하다. 먹고 살만큼만 일해서 벌고 내 반쪽이랑 신나게 여행 다니며 욕심 없이 살면서 평생 친한 친구처럼 옥신각신도 해가며 즐겁게 살자는 게 내 결혼생활의 청사진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러한 결혼청사진은 요즘 고등학교 학생들도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그 이전에 그리다 찢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며 고로 나는 지금 그 고등학교 학생들도 꿈꾸지 않는 철딱서니 없는 꿈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러니 결혼은 둘 째 치고 있던 친구들도 잽싸게 도망가기 바쁜가 보다 .

 

요즘 보면 어린 학생들부터 재테크니 뭐니 해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계획은 세운다. 대단하고 무서운 아이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아, 현실은 돈이며 돈이 현실을 만드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고로 이제는 돈 없으면 결혼도 못하는 시대가 됐다. 아니, 이미 된지 오래지만 난 이제야 깨달았다.

 

더불어 얼마 전 내게 ‘사랑? 얼마나 가냐? 아무리 길고 길어야 1년이나 가냐? 사랑도 돈 있을 때 나오는 거란다. 준규야.’ 라고 말하던 한 지인의 말이 나를 슬프게 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결혼이야기 대본 속에는 ‘돈’ 이란 주제는 그리 중요한 역할이 아니다. 단지 나와 내 반쪽이가 맛있게 먹고 가끔 조용한 곳 찾아가 휴식 취할 때와 우리들의 발 역할을 해줄 자동차 식사(GAS) 값만 조달될 정도면 역할 끝이란 얘기다. 즉, 돈 때문에 서로 헐뜯고 힘겨워할 일은 과감히 빼버렸단 뜻이다. 이 부분을 읽는 님들 중 분명히 안티성 댓글 하나 추가해 주실 분 계시리라 본다. 그렇다고 내 결혼이야기 대본을 수정할 의사는 없다.^^; 작은 집 하나 있고 먹고 살만 하면 됐지 그보다 큰 재산 모아 무얼 할 건가?

 

그러나 난 이래서 혼자인 듯싶다. 어찌 보면 꿈도 욕심도 없어 보이지 않는가? 허나 그렇지 않다. 아직은 준비 중이지만 작은 복지시설 하나 운영하는 게 내 꿈이다. 2년 나름 열심히 공부해 복지사자격증 취득해 취업 좀 해보려 했더니 대부분 사회복지사자격 조건이 신체 건강한 사람이란다. 속된 말로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지금 사회복지사 공부중인 모든 장애인들의 전망은 어떻단 말인가? 이에 대해 말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란다. 여하튼 남의 밑에 들어가 일하지 못한다면 작은 장애인관련 사무실부터 운영하며 공부해 복지시설은 운영하는 방법을 요즘 구상중이다.

 

이렇듯 하고픈 일이 있고 준비 중에 있다면 된 것 아닌가? 무작정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다는 게 아니란 의미다. 또한 이렇게 바른 생각을 갖고 사는 젊은 사람이 결혼생활을 꿈꾸는 것은 극히 정상적인 일이지 않은가? 해서 나의 결혼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갈 것이고 언젠가 내 반쪽이가 나타나면 그녀와 공동집필해 올릴 생각까지 갖고 있다. ^^;

 

결론은 결혼이란 현실이 될 수도 있고 환상이 될 수 있지만 환상이라 해서 무조건 철없다거나 비웃을 것이 안 되며 현실 쪽에 치우쳤다고 해서 그들을 너무 속물(?) 취급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두 부류의 성격이 적당히 섞인 마인드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덧붙여 하나 더 말하고 끝내자면 나처럼 (중증)장애인들도 결코 결혼에 대한 희망은 버리지 말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쩌면 우리 같은 장애인들이 결혼생활을 하면 늘 환상처럼 살게 될 지도 모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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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비전하는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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