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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문화·예술

푸른비의 아침인사 #53

by 푸른비(박준규) 2007. 11. 29.

- 푸른비의 아침인사 #53

 

 

2007년도 벌써 한 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들 지내고 계신지요? 올 한해 바라시던 일 거의 이루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요? 글쎄요. 제 생에 있어 가장 빠르게 흐른 한해가 아니었는지 싶어지네요. 나름 보람도 많았고 아쉬움도 남긴 2007년이었습니다.

 

보람된 일이였다면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과의 짧지만 소중한 만남인 것 싶습니다. 대인기피증 있는 저에겐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도 힘든 그렇지만 소중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물론 개중엔 상처가 된 인연들도 있었고요. 여전히 호연으로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또 한 번 ‘내게 인연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 보게 되더군요.

 

허나 그동안 많은 글로 남겨 아실 분들은 다 아실 테죠? 제 대인기피증에 대해서.^^ 아시다시피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저는 참 작아짐을 느낍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죠. 허나 30년 훌쩍 넘게 몸에 배인 행동이 마음처럼 쉽게 바뀌지는 않더군요. 몸 따로 마음 따로 놀게 되니 참 답답할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허나 이런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만남의 기회는 꾸준히 생기기 마련이라서 필할 수조차 없다보니 어떻게든 살게 되더라고요. 해서 이제는 이런 요령(?)까지 생겼습니다. 썩 좋지 않은 요령인데요. 처음 사람을 만날 때 마음을 비우고 만나는 겁니다. 마음을 비운다니 거창한 건 절대 아니고요. 그냥 그 만남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고 만난다는 것이죠. 속된 생각으로 표현하자면 ‘뭐, 한 번 만나보고 아님 말지 뭐.’와 비슷한 다짐입니다.

 

물론 이런 마음은 초면 사이엔 무척 독이 될 수 있는 사항이겠지만 처음 만나는 타인 앞에서 더욱 몸이 경직되는 내 몸에 스스로 주문을 거는 약이 될 수도 있기에 얼마 전부터는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허나 선천적으로 웃음이 많은 지라 어김없이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실없이 웃는 습관이 있어 그렇게까지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진 않는다고 나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는 전화통화. 이것 역시 제게는 사람 사귀는데 높은 장애물입니다. 좀 어눌한 목소리라도 당당히 걸면 되지 뭐가 그리 두려워 못하는 것인지 제가 봐도 한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주변이 없다보니 전화를 건다 해도 민망할 건 분명합니다. 이러다보니 초면인 사람과의 전화통화 먼저 하기는 참 힘들죠. 허나 먼저 걸어와 주면 나름 잘 받고 말이 통한다 싶으면 2-3시간 수다 떠는 일도 종종 있답니다. 그 첫 수저 들기가 어려울 뿐이죠.

 

암튼 올 한해는 저에게 참 바쁘고 나름 보람도 된 일 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제 블로그나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지인들과 변함없이 찾아와 흔적 남겨주는 오래된 지인들이 있기에 해는 저물고 있지만 이렇게 행복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은 한 달과 밝아올 2008년에도 더욱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닿기를 바라며 최근 알게 된 새로운 지인들과도 오래오래 소식 전할 수 있는 인연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 님들께서도 지금 옆에 있는 분들에게 최선을 다해 교류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어렵게 알게 된 사이일수록 더욱 아껴주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네요.

 

푸른비는 이 순간 이후부터 발음과 목소리 좋아지는 치료 받아야겠습니다. 흠, 이 외모에 목소리까지 좋으면 여럿 병나는데... 이래서 세상은 공평한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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