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성정체성이 바뀐 자와 장애인의 차이

by 푸른비(박준규) 2008. 2. 3.

부제: 고정관념이 낳은 또 하나의 차별

 

지난 2일 밤 모 방송 시사프로에서 성정체성이 바뀐 사람들의 삶을 조명했다. 성정체성이 바뀐 사람들이라 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커밍아웃을 선언한 사람들로서 이성(異性)과 사랑하는 것이 아닌 동성(同性)과 사랑을 하는 성정체성이 바뀐 사람들을 일컫는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들의 행동은 이해가 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몇 해 전 한 연예인이 커밍아웃을 선언하면서 성정체성이 바뀐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 알려지며 그나마 이해 아닌 이해를 하는 듯 이들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삶은 사회에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떳떳하지 못하다. 심지어 이들은 가족들에게 까지 자신의 성에 대한 모든 것을 감출 정도.

 

커밍아웃과 (커밍)아웃팅의 차이

 

보통 커밍아웃이라 하면 자발적으로 성정체성을 밝히는 일을 뜻하는 상대하여 쓰는 말이며 이와 반대로 아웃팅이라 하면 자신의 성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일반에 공개되는 일을 뜻한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는 크다. 즉, 자신이 먼저 자신의 모습을 밝히는 것과 누군가로 인해 남에게 알려진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 또는 타인들로부터 외명 당하기는 마찬가지.

 

자신의 성정체성이 바뀐 것을 사람들이 알면 직장생활은 물론 학교생활까지 지장을 받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길을 가다가도 지인들로부터 생명에 위협까지 받는 폭행 등을 당할 수 있다는 게 지난 방송에 나온 출연자들의 진술. 이들은 성저체성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의 외면과 지인들로부터의 외면 등 적지 않은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다.

 

성정체성이 바뀐 자와 장애인의 차이?!

 

사회적으로 소외 받는 대표적인 사람들은 장애인들이다. 사회뿐만 아니라 장애인들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괄시나 무시당하기 일쑤이고 마치 몹쓸 전염병이라도 옮기는 사람인양 장애인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장애인만 보면 피하기까지 하는 게 현재 우리나라 국민성의 실태다. 그나마 복지 분야의 개선으로 인해 차츰 그런 사람들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나와 같은 중증장애인들이 길을 걸어가면 뻔히 쳐다본다거나 말로 표현 못할 표정이나 행동을 보인다.

 

이에 성정체성이 바뀐 사람들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긴 마찬가지. 어찌 보면 그들은 장애인보다 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들이야 겉모습으로 티가 나니 그럴 수도 있다지만 성정체성이 바뀐 사람들은 겉모습으로는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한다니 억울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어찌 보면 그들과 장애인의 차이는 별반 없어 보인다. 혹 이 표현에 오해들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고픈 말은 두 경우 다 사회적으로 외면당한다는 것을 표현했을 뿐이니까.

 

고정관념이 낳은 또 하나의 차별

 

우리나라는 너무 쓸데없는 것들에 대해 고정관념을 결부시켜 확대 해석하려는 경향이 짙다. 옛날부터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던 것을 21세기를 사는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으며 역시 마찬가지로 성정체성이 바뀐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냉정하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이 또 하나의 차별을 낳는 격이 된 것이고 우리 같은 소위 사회적으로 약자라 불리는 사람들은 지금껏 차별과 냉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속히 이러한 고정관념은 깨져야할 부분이다.

 

저,,이모 아닌데요??

 

여담을 조금 풀어 놓자면 나는 현재 장애인으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고 있는 와중에 요즘은 성정체성 까지 바뀐 사람으로 오해를 받고 산다. 이유는 1여 년 전부터 머리를 길러 묶고 다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 수도 없고 얌전해 보여서인지 아직도 우리동네 할머니나 꼬마 녀석들은 나를 여자로 알고 있다. 일예로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세 네 살 박이 아이를 안은 한 엄마가 있었다. 안면은 있지만 서먹한 분위기 없애려 내가 먼저 엄마 품에 안긴 아이를 보고 눈웃음을 보내니 그 아기 엄마가 아기에게 하는 말.

 

아기엄마: “00야, 이모 안녕하세요? 해봐”

푸 른 비: “저..이모 아닌데요? ㅡㅡ;;”

아기엄마: “(화들짝 놀라며) 어머, 어머. 죄송해요. 여자 분인 줄 알고요. 하하하”

푸 른 비: 아, 네. ㅡㅡ;;

 

이런 오해를 여기저기서 자주 받곤 한다. 간혹 어떤 할머님은 날 유심히 보시기에 내가 먼저 왜 보시냐고 여쭈면 “근데. 남자유? 여자유?” 하신다. 한 아파트에 10년을 살았는데도 나의 존재 즉, 내 성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인 듯했다. 그럴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들곤 한다. 나 같은 경우야 장난으로 이 상황을 넘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내가 성정체성마저 바뀐 사람이었다면 그 따가운 시선들을 이겨내며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건 장애인이건 성정체성이 바뀐 사람이건 모두 바른 정신에 바른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허나 아직까지 깨어지지 않은 우리사회 고정관념들의 후유증으로 많은 장애인들과 성정체성을 잃은 사람들이 이중 고통을 격고 살고 있다는 것. 하루빨리 이러한 현실이 바뀌어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당당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

 

 

Posted by 박준규  

푸른비전하는 세상사는 이야기  

 E-Mail : poemsay@hanmail.ne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