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꿈속에 꿈

by 푸른비(박준규) 2008. 11. 22.

 

- 꿈속에 꿈

 

 

겨울이라 텅 빈 풀숲에서 한 마리 새가 운다. 이름이 무언지, 철새인지 텃새인지도 모를 작은 새 한 마리가 텅 빈 겨울 숲을 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울음 한 가운데 내가 우두커니 서 있다. 어지러운 나의 삶과 앞으로도 헤쳐 나가야할 수많은 고뇌 덩어리들을 안고 텅 빈 겨울 숲에 내가 서 있다.

 

한때는 나도 꿈을 꾸었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철따라 이동하는 철새들 마냥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는 꿈, 결코 얽매어 살지 않겠다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있는 지금 그 꿈은 진정한 꿈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듯 기약 없는 정지 상태다. 저 희한한 새 울음소리에도 꿈쩍 않는.

 

때문에 나는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정지된 나의 꿈이 꿈틀댈 그날까지 겨울잠을 자는 꿈을 꾸는 꿈. 꿈속에 꿈이다. 생각해 보면 모두 꿈같은 꿈 얘기다. 텅 빈 겨울 숲에서 우는 이름 모를 새 울음소리에 문득, 잊혀지는 꿈과 그 꿈을 떠올리기 위한 또 다른 꿈을 갈망하는 이 한탄스런 아이러니

 

이제 그만 이 꿈들 속에서 깨어나고 싶다.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12월의 겨울 詩  (0) 2008.12.02
(詩) 격(隔)  (0) 2008.12.01
(詩) 회상과 반성의 넋두리   (0) 2008.11.21
(詩) 수렁  (0) 2008.11.01
(詩) 여자의 계절  (0) 2008.10.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