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한다는 것은
때론 버거울 일이다.
차곡차곡 어제를 기억하고 오늘을 기억하고
다가올 내일마저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때론 버거울 일이다.
수십 년 전 네다섯 살 때 기억에
히죽 웃음 지며 행복할지 몰라도
옛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새로운 일들을
쉼 없이 기억하며 산다는 것은
울고 싶을 만큼 버거운 일이다.
6년 전 겨울 춘천 명동 길을 지나다 만났던
초점 풀린 어느 걸인의 눈빛
4년 전 어느 공원에서 몰래 찍던 꼬마아가씨의 얼굴
3년 전 동네 슈퍼 아주머니가 일하던 모습
굳이 담아둘 필요 없는 것들은 이렇게 또렷한데
정작 기억해야할 추억 하나는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 이파리처럼 흔들리고 있으니
참 억울한 일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무언가 기억하며 산다는 것은
지우고 남길 것을 구별 못하며 기억 한다면
내 삶의 한 모퉁이를 잃는 것이다.
차곡차곡 어제를 기억하고 오늘을 기억하고
다가올 내일마저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문득 버거운 일로 내게 다가온다.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겨울은 (0) | 2009.01.17 |
---|---|
(詩) 죽은 추억의 도피처 (0) | 2008.12.21 |
(詩) 독(毒) (0) | 2008.12.07 |
(詩) 12월의 겨울 詩 (0) | 2008.12.02 |
(詩) 격(隔) (0) | 2008.12.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