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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기억한다는 것은

by 푸른비(박준규) 2008. 12. 10.

- 기억한다는 것은

 

 

때론 버거울 일이다.

차곡차곡 어제를 기억하고 오늘을 기억하고

다가올 내일마저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때론 버거울 일이다.

 

수십 년 전 네다섯 살 때 기억에

히죽 웃음 지며 행복할지 몰라도

옛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새로운 일들을

쉼 없이 기억하며 산다는 것은

울고 싶을 만큼 버거운 일이다.

 

6년 전 겨울 춘천 명동 길을 지나다 만났던

초점 풀린 어느 걸인의 눈빛

4년 전 어느 공원에서 몰래 찍던 꼬마아가씨의 얼굴

3년 전 동네 슈퍼 아주머니가 일하던 모습

굳이 담아둘 필요 없는 것들은 이렇게 또렷한데

정작 기억해야할 추억 하나는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 이파리처럼 흔들리고 있으니

참 억울한 일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무언가 기억하며 산다는 것은

지우고 남길 것을 구별 못하며 기억 한다면

내 삶의 한 모퉁이를 잃는 것이다.

 

차곡차곡 어제를 기억하고 오늘을 기억하고

다가올 내일마저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문득 버거운 일로 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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