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겨울 숲

by 푸른비(박준규) 2009. 2. 2.

- 겨울 숲

 

 

가끔 겨울 숲을 헤맨다.

이파리라곤 지난 가을 내내 말라비틀어진

푸석한 잎 몇 장 덩그러니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힁한 겨울 숲을 가끔 헤맨다.

 

내딛는 발자국마다 서걱서걱 밟히는 세월의 소리

그 소리에 겨울은 또 다시 사라져 가고

또렷했던 내 추억도 사라져 가고

모든 걸 사라지게 하는 겨울 숲을 헤맨다.

 

하지만 내가 헤매는 겨울 숲은 봄을 품었다.

땅속 깊숙이 뒤엉킨 나무뿌리에도

앙상하게 뻗은 나뭇가지 줄기에도

겨울 숲은 드러나지 않게 봄을 품고 있다.

 

어제 아침에 본 까마귀도

어제 저녁에 본 까치들도

이미 봄맞이 하려는 듯 지저귀다 사라졌고

그 울음, 메아리로만 남은 이 겨울 숲

 

가끔은

봄을 품은 겨울 숲에 갇혀

이 세상에 보이지 않는 한줄기 바람으로 맴돌고 싶다.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기다림의 한계  (0) 2009.02.04
(詩) 자업자득  (0) 2009.02.03
(詩) 꿈이란  (0) 2009.01.31
(詩) 무시(無詩) #101  (0) 2009.01.24
(詩) 겨울텃새  (0) 2009.01.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