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숲
가끔 겨울 숲을 헤맨다.
이파리라곤 지난 가을 내내 말라비틀어진
푸석한 잎 몇 장 덩그러니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힁한 겨울 숲을 가끔 헤맨다.
내딛는 발자국마다 서걱서걱 밟히는 세월의 소리
그 소리에 겨울은 또 다시 사라져 가고
또렷했던 내 추억도 사라져 가고
모든 걸 사라지게 하는 겨울 숲을 헤맨다.
하지만 내가 헤매는 겨울 숲은 봄을 품었다.
땅속 깊숙이 뒤엉킨 나무뿌리에도
앙상하게 뻗은 나뭇가지 줄기에도
겨울 숲은 드러나지 않게 봄을 품고 있다.
어제 아침에 본 까마귀도
어제 저녁에 본 까치들도
이미 봄맞이 하려는 듯 지저귀다 사라졌고
그 울음, 메아리로만 남은 이 겨울 숲
가끔은
봄을 품은 겨울 숲에 갇혀
이 세상에 보이지 않는 한줄기 바람으로 맴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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