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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수면제

by 푸른비(박준규) 2009. 9. 14.

- 수면제

 

 

이 새벽

은하수보다 밝은 정신으로 잠이 오지 않아

한 마리 두 마리 양을 센다.

 

세다가, 세다가 화가 날 즈음

문득 떠오르는 그대

다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세어본다.

 

철없던 내손 꼭 잡고 산책 나선 날들

나의 어둔한 표현에도 까르르 숨넘어가던 날들

이유 없이 토라져 말이 없던 날들

 

하나부터 백까지 돌이켜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던 일들에 울고 웃고

그것들이 나의 수면제다.

 

양인지 염소인지 모를 동물을 세는 것보다

여우를 닮은 그대, 토끼를 닮은 그대

그대를 헤아리는 게 내겐 수면제다.

 

다시는 이별에서 볼 수 없는 존재

그래서 더 그리운 존재

하지만 그대를 헤아리면 잠이 온다.

 

이 삭막한 별에서

잠시 눈감아 보라고 주는 선물인지

그대 생각만 하면 잠이 온다.

 

누구도 닮을 수없는 그대는

나만의 영원한 수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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