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민들레
빛이 바랜 것일까?
노란 빛을 바랐었는데
새봄 닮은 노란색을 바랐었는데
너는 피어나자마자 빛바랜 머리 풀어 헤치고
앉은뱅이 모습으로 날 바라보고 있구나.
눈(雪) 그친지 몇 날 지나고
꽃샘추위 겨우겨우 흐르는 겨울 강에 쓸려
저 산모퉁이 돌아갔거늘
너는 흰 눈 맞은 머리로
이 봄 햇살 아래 앉아 있구나.
하지만 한참을 바라보니
낮은 자세로 네 눈과 맞춰보니
너도 나름 고운 자태
한줌의 연민(憐愍)이 묻어 있어
외면할 수만은 없으니
이 봄
샛노란 머리 너풀거리는
흔한 민들레 잠시 바람에서 접고
피어나자마자 흰빛으로 빛바랜 머리
겨우 고개 들어 나를 보는 너를 좋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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