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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아름다운 희생 시(詩)

by 푸른비(박준규) 2011. 8. 27.

- 아름다운 희생 시(詩)

 

 

늦은 저녁

종일 지친 몸 이끌고 들어와

찬물에 온 몸 적신 후

두통이 두려워 라면을 끓여 먹고

습관대로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몇 시간 전까지 봤던 낯익은 아이콘들과

일분일초를 다투며 뿌려지는 기사들

자리를 비운 몇 시간동안에도

꺼 놓았던 내 컴퓨터는

그 많은 일들을 일제히 끄집어내 내 눈을 어지럽힌다.

 

토요일 전야(前夜)라서 일까?

쌓인 일거리 잠시 미뤄 두고

무언가 끼적이고 싶은 충동에 두 눈 동그랗게 뜨고

키보드를 들여다보지만

순간, 초가을 바람처럼 불어오는 졸음

 

머리와 가슴 속에선

하얀 피부가 아름다운 어느 처자에 대한 관심과

주먹 쥐고 투쟁하는 어느 시민들의 억울함이

오버레이 되며 내 손가락들을 움직이게 하지만

내 눈은 이미 반이 감긴 상태

 

흐려진 눈으로 무의식중에 모니터를 응시하니

하얀 바탕 위에 있던 글자 몇 개가 되살아나

이리저리 꿈틀대기도 하고

어떤 단어는 다른 데로 날아가 버리기도 했다.

순간, 화들짝 놀라 두 눈을 끄게 뜨고 보니

 

끼적이다만 내 한줄 시 주위로

이름 모를 밤(夜) 벌레들이 날아와

피곤에 지친 내 대신에

시를 완성해 주려 마지막 자신들에 시간을

아낌없이 퍼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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