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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날곤충들의 비애

by 푸른비(박준규) 2011. 8. 28.

- 날곤충들의 비애

 

 

거미는 한 계절을 줄만 타다 죽는다.

죽은 척, 새끼거미는 줄에 매달려 있다가

서서히 줄을 확장하며 제 몸도 키우고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저 처마에서 이 처마로

촘촘한 줄을 쳐놓고 한 계절을 산다.

 

날곤충들은 한 계절을 자유롭게 살다가

운 없게 거미줄에 걸려 죽는다.

햇볕이 나면 빤짝거거리고

흐린 날은 뿌옇게 먼지가 걸려

투명이라 하기도 무색할 거미줄을 피하지 못해

운 없게 짧은 생을 마감한다.

 

거미는 제 줄에 몸 매달고 살다가 제 줄에서 죽고

곤충들은 애먼 시력 탓에 운 없이 거미줄에 걸려 죽고

사람 머리칼 굵기 보다 가는 저 한줄의 거미줄이

촘촘히 겹겹이 짜여져 여럿 죽이는 여름 한 철.

 

아, 세월은 바람처럼 흘러 또 가을 문턱인데

주인마저 죽어버린 거미줄에

오늘도 눈 먼 곤충 한마리가 걸려 파닥인다.

거미는 죽어서까지

살생을 저리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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