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를 닦으며
짧은 생을 살면서
기억해야할 것과 지워 버려야할 것은 천지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져
기억해야할 것은 기억 못하고
지워야할 것은 오랜 여운으로 남는 날이 태반이니
삶의 시간이 단축될수록
내 작은 가슴에 남는 건 온통 찢어진 추억들 뿐.
하루를 정리하고 조금 전 욕실로 가서
손톱만큼의 치약을 짜서 오물오물 이를 닦다가
문득
내 입 안 가득 붙어 있을 네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한때
너를 향한 나의 사탕발림 말들과
너를 향한 미움을 담았던 말들
그리고
너와 나의 무언의 언어가
한데 섞여 뜨거웠던 내 입 속.
그 모든 것을
나는 조금 전
이를 닦으며 모두 지우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내 입 안에서는
또 다시
네 숨결 같은 향기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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