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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이를 닦으며

by 푸른비(박준규) 2011. 12. 29.

- 이를 닦으며

 

 

짧은 생을 살면서

기억해야할 것과 지워 버려야할 것은 천지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져

기억해야할 것은 기억 못하고

지워야할 것은 오랜 여운으로 남는 날이 태반이니

삶의 시간이 단축될수록

내 작은 가슴에 남는 건 온통 찢어진 추억들 뿐.

 

하루를 정리하고 조금 전 욕실로 가서

손톱만큼의 치약을 짜서 오물오물 이를 닦다가

문득

내 입 안 가득 붙어 있을 네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한때

너를 향한 나의 사탕발림 말들과

너를 향한 미움을 담았던 말들

그리고

너와 나의 무언의 언어가

한데 섞여 뜨거웠던 내 입 속.

그 모든 것을

나는 조금 전

이를 닦으며 모두 지우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내 입 안에서는

또 다시

네 숨결 같은 향기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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