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씨앗
며칠째 겨울이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차가운 공기와 바람
그 속을 하염없이 걸어보진 못했지만
찰나의 숨쉬기로도 느낄 수 있는
며칠째 겨울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은 겨울바람에 얼고, 마르고
부드러운 흙도 돌덩이 같은 땅으로 굳고
작년 가을 그 나무 밑으로 떨어져 쌓인 잎들도
기어코 마른 잎으로 뒹굴다가
얼음바람에 플라스틱처럼 부스러져 버렸다.
하지만 겨울은 봄을 위한 씨앗이다.
믿고 싶지 않아 고개 저어도
이 혹독한 겨울추위는 봄을 위한 씨앗이다.
내가 방에서 떨고 있는 동안, 나무가 얼어 있는 동안
얼음 돌 같은 땅속의 나무뿌리는 봄을 준비한다.
겨울가뭄에도 나무뿌리는
있는 힘을 다해 잔가지 끝까지에도 물을 빨아올리고
머지않아 찾아올 봄을 준비한다.
며칠째 질리도록 추운 이 겨울이
봄을 위한 씨앗이란 걸 나는 이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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