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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봄 씨앗

by 푸른비(박준규) 2012. 1. 24.

- 봄 씨앗

 

 

며칠째 겨울이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차가운 공기와 바람

그 속을 하염없이 걸어보진 못했지만

찰나의 숨쉬기로도 느낄 수 있는

며칠째 겨울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은 겨울바람에 얼고, 마르고

부드러운 흙도 돌덩이 같은 땅으로 굳고

작년 가을 그 나무 밑으로 떨어져 쌓인 잎들도

기어코 마른 잎으로 뒹굴다가

얼음바람에 플라스틱처럼 부스러져 버렸다.

 

하지만 겨울은 봄을 위한 씨앗이다.

믿고 싶지 않아 고개 저어도

이 혹독한 겨울추위는 봄을 위한 씨앗이다.

내가 방에서 떨고 있는 동안, 나무가 얼어 있는 동안

얼음 돌 같은 땅속의 나무뿌리는 봄을 준비한다.

 

겨울가뭄에도 나무뿌리는

있는 힘을 다해 잔가지 끝까지에도 물을 빨아올리고

머지않아 찾아올 봄을 준비한다.

며칠째 질리도록 추운 이 겨울이

봄을 위한 씨앗이란 걸 나는 이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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