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미주검을 보며
겨울이 깊어지자
내 방 천장의 거미줄과 거미주검들이
웃풍에 24시간 흔들리고 있다.
어느 새벽인가에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거미주검을 보며
이 추위에 용케도 살아 있구나했지만
이제와 다시 보니
살아 흔들린 게 아니었다.
나는 왜
그 거미가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러면서도 한 번을 눈여겨 본적이 없으니
어쩌면 나도 할 말 없는 죄인.
거미는 생전 부지런히 줄을 쳐 가며
먹이를 구했고 소리 없이
제 삶에 노력을 다하지 않았는가?
봄부터 초가을까지 난 그 모습을 봤지만
정작
거미의 죽음은 생각지도 못하고
바람에 주검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아직 살아 있다고만 믿었으니
나는 진정 게으름뱅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애써 살아 있을 거라 자위하며 지내온
진정한 겁쟁이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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