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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거미주검을 보며

by 푸른비(박준규) 2012. 1. 28.

- 거미주검을 보며

 

 

겨울이 깊어지자

내 방 천장의 거미줄과 거미주검들이

웃풍에 24시간 흔들리고 있다.

어느 새벽인가에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거미주검을 보며

이 추위에 용케도 살아 있구나했지만

이제와 다시 보니

살아 흔들린 게 아니었다.

 

나는 왜

그 거미가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러면서도 한 번을 눈여겨 본적이 없으니

어쩌면 나도 할 말 없는 죄인.

거미는 생전 부지런히 줄을 쳐 가며

먹이를 구했고 소리 없이

제 삶에 노력을 다하지 않았는가?

봄부터 초가을까지 난 그 모습을 봤지만

 

정작

거미의 죽음은 생각지도 못하고

바람에 주검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아직 살아 있다고만 믿었으니

나는 진정 게으름뱅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애써 살아 있을 거라 자위하며 지내온

진정한 겁쟁이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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