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의 나무에게
1년 중 제일 앙상한 몸으로
온종일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한 너는
오늘도 찬바람에 시달렸는지
몰골이 말이 아니구나.
차라리 이런 날엔
하얀 눈이라도 날려서
네 몸뚱이 가려주면 좋았으련만
애먼 바람만이 불었구나.
허나
1월의 나무여 슬퍼하지 마라.
1년의 너의 모습들 중
지금이 가장 정겨우니 슬퍼하지 마라.
너는 새로운 삶을 위해
머지않아 푸릇한 새 옷을 싹 틔우고
또 한해를 살아가겠지.
그것이 너의 운명이니.
하지만 1월의 나무여.
대책 없이 너를 닮아있는 나는
어떤 옷으로 갈아입고
한해를 살아야 하는가?
지금
내 몸뚱이 밑에는
너처럼 수분을 빨아올릴
뿌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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