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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청소

by 푸른비(박준규) 2012. 7. 8.

- 청소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16년

방과 거실과 욕실 그리고 작은 발코니

이사 오며 배치한 가구며 오디오 셋트

큰 틀의 자리배치는 지금도 거의 같다.

16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그것들도 게으른 나를 닮아 있을 것이다.

 

오늘은 청소를 했다.

탁 트인 전경과는 상반된 발코니

몇 년 전부터 늘어져 있는 만지 붙은 거미줄과

올해 다시 만들어진 은빛 거미줄들

바닥은 빗물이 새 얼룩진 흙물자국이

연하늘색 타일을 물 들여 놓은 것을

오전부터 청소를 했다.

청소를 하는 동안 거미들이 놀라 어쩔 줄 모르고

한 놈은 뿜어대는 물줄기를 피하다

내 다리로 기어오르기도 했다.

크기로 봐서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세상물정 모르는 새끼 거미다.

 

한 시간여 동안 거미줄을 걷어내고

몇 마리의 거미를 물로 쓸려 보내고 나니

발 디딜 곳 없던 발코니가 빛을 낸다.

며칠 후면 그 거미들은 다시 찾아와

천장이며 빨래거치대에 제 집을 틀겠지만

 

기껏 청소를 하고나니

애먼 거미들을 쫓은 청소보다는

내 머릿속에 눌어붙은 찌든 기억들부터

청소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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