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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내리다

by 푸른비(박준규) 2017. 12. 31.

내리다

 

 

비가 내리다

눈이 내리다

눈이 내리다

비가 내리다

 

봄인가하니 겨울이고

겨울인가 하니 봄인 듯하니

가뜩이나 심난한 마음

계절마저 나를 어지럽구나.

 

지난여름이 남기고 간 열기

영원히 식지 않을 것 같더니

계절도 간사한 인간을 닮아

이렇게 나를 어지럽히는구나.

 

언젠가 만났던 이여

파란 새벽 숲,

옅은 안개 뒤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이여

 

가끔 내가 나를 모를 때

계절마저 인지하지 못하고

고질병처럼 찾아오는

만성 어지럼증에 시달릴 때

 

문득

새벽안개 뒤에 숨었던 그대가

퍼붓는 소낙눈처럼

무섭게 그리워진다.

 

눈이 내리다

비가 내리다

다시

그대가 내리는 이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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