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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미로 역행

by 푸른비(박준규) 2017. 12. 29.

- 미로 역행

 

 

올겨울은 겨울과 봄의 거리가 줄었다가

고무줄처럼 다시 늘어나는 것 같아.

12월이 가기도 전에

집 앞 푸른 강이 하얗게 얼더니

1월이 오려하니

,

물에 금 가는 소릴 내며 녹고 있으니 말이야.

 

그래, 가끔은 사람이 계절을 닮던

계절이 사람을 닮던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오를 때가 있지.

마치 그런 과정을 격어야

성숙한 그 무엇이 되는 것인양

순행을 하다가도

미친 척 역행을 하며 미쳐보는 객기(客氣).

 

그러나 나는 순행을 갈망한다.

잔잔히 흐르던 급살 맞게 흐르던

순행에는 거스름에서 입는 상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세상은 역행의 반복

그 반복 속에서 다시

순행을 찾아 헤쳐 나가는 것을 배워야

이 험한 세상을 살 수 있는 법.

 

12월과 1월 사이 이 계절에서

겨울인지 봄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내가 지금 순행을 하는 건지

역행을 하고 있는 건지조차 잊고 있으니

진정 역행의 반복 속에 휘말렸구나.

정신을 차리면 차릴수록

깊게 빠져든다는 부서진 미로 같은 역행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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