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유와 무소유에 대한 단상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무조건 득(得)인줄로만 알았다.
유년기에는 나의 분신과도 같은 엄마 다음으로 장난감을
청년기에는 자전거와 읽지도 않는 몇 권의 책들과 음반들을 소유했고
장년기에는 운명에도 없는 좋은 사람을 소유하고 싶었다.
참으로 거만한 소유욕이 나의 장년기를 지배했다.
그래서 남은 건 허망으로 포장된 반성(反省)
중년이 돼 생각해보니 나는 소유한 것보다 소유하지 못한 것이 많았으나
소유하고자 했던 대상이 너무나 큰 욕심이었던 탓에
남은 생은 무소유가 전하는 깊은 뜻을 품고 살아야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얼마나 다행인가?
가난하면서도 용기와 객기마저 없어 물질적으로 잃은 것은 적으니
언젠가 내가 이 별을 떠날 땐 마음은 가볍지 않겠는가.
소유와 무소유의 차이는 종잇장 한 장 차이일 수도 있지만
그 한 장의 양면이 어떤 것들로 새겨져 있느냐에 따라서 천지차이일 수가 있다.
나는 비록 소유하지 못할 것을 소유하려다 큰 벌을 받고
대신 남은 생에 가벼움을 얻었지만, 소유 가능할 것들일지라도
가끔은 놔주는 것도 남은 생에 짐을 하나 덜어 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진정 소유와 무소유의 차이는 종잇장 한 장 차이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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