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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겨울 달을 보다가

by 푸른비(박준규) 2018. 1. 4.

- 겨울 달을 보다가

 

 

어릴 적부터 달을 보면 외로워 보였다.

어두운 밤엔

해도 없고, 구름도 안 보이고

하늘을 가로 질러 날던 새들조차 없으니

어두운 밤 달을 보면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횟수가 줄고

자연히 별 볼 일 없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겨울 밤

발코니 창을 열고 창틀에 기대 하늘을 올려다보니

조금 찌그러진 달 하나가 훤히 떠 있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순간 밀리 드는 달에 대한 안쓰러움

 

뭐라 말은 못하고 착잡한 마음 달래고 있자니

몇 해 전, 길에서 새끼로 데려와 동거 중인

검은 머리 짐승 한 마리

내 가랑이 밑에서 나와 같은 달을 보고 있다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내뱉고 거실로 들어갔다.

그 짐승이 남긴 짧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는 ...

 

저 검은 머리 짐승도 저 달이 외로워 보였을까?

아니면 그 달을 보고 청승 떠는

어쭙잖은 인간이 한심해 보였을까?

순간

외로워 보이던 겨울 밤하늘의 찌그러진 달보다

저 거만한 생명체가 남긴 한 마디에

내 몸 모든 세포가 곤두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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