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달을 보다가
어릴 적부터 달을 보면 외로워 보였다.
어두운 밤엔
해도 없고, 구름도 안 보이고
하늘을 가로 질러 날던 새들조차 없으니
어두운 밤 달을 보면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횟수가 줄고
자연히 별 볼 일 없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겨울 밤
발코니 창을 열고 창틀에 기대 하늘을 올려다보니
조금 찌그러진 달 하나가 훤히 떠 있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순간 밀리 드는 달에 대한 안쓰러움
뭐라 말은 못하고 착잡한 마음 달래고 있자니
몇 해 전, 길에서 새끼로 데려와 동거 중인
검은 머리 짐승 한 마리
내 가랑이 밑에서 나와 같은 달을 보고 있다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내뱉고 거실로 들어갔다.
그 짐승이 남긴 짧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는 ‘야...옹’
아
저 검은 머리 짐승도 저 달이 외로워 보였을까?
아니면 그 달을 보고 청승 떠는
어쭙잖은 인간이 한심해 보였을까?
순간
외로워 보이던 겨울 밤하늘의 찌그러진 달보다
저 거만한 생명체가 남긴 한 마디에
내 몸 모든 세포가 곤두섰다.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달의 먼지 (0) | 2018.01.06 |
---|---|
(詩) 달맞이꽃에 대한 비애(悲哀) (0) | 2018.01.05 |
(詩) 같이 앉지 못할 동석 (0) | 2018.01.03 |
(詩) 대화의 파문 (0) | 2018.01.02 |
(詩) 한 철 사랑 (0) | 2018.0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