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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도둑이 제 발 저린 날

by 푸른비(박준규) 2018. 1. 21.
도둑이 제 발 저린 날

 

 

내 앞에서 나를 보며

검은머리 짐승 한 마리가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순간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전생에 죄를 지었을까?

오금이 저릴 만큼의 공포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그 짐승은 거대하고 빨랐다.

크고 두터운 네 발

그 발들에 감춰진 날카로운 발톱

그 발로 내게 뛰어 왔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두 팔로 머리를 가리고 몸을 낮추며

눈을 감고 반항의 비명을 질러댔다.

그렇게 그 짐과 사투를 벌이려는 순간

바람처럼 빠른 그 짐승의 앞발 하나가

내 이마를 짓눌렀다.

시투를 포기하고 두 눈을 힘겹게 떠보니

얼굴의 반() 만한 큰 눈을 가진 그 짐승은

내 이마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거칠게 포효를 내질렀다.

그 포효소리는 귀에 익은 야옹

빨리 일어나 밥 달라는 나의 고양이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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