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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그리움 잊기

by 푸른비(박준규) 2020. 9. 21.

그리움 잊기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잊혀질 때가 있다.

손으로 쓰던 편지도 사라지고

공중전화부스 안에서

안부와 그리움을 전하던 시절마저

바람보다 빠르게 모습을 감추고

 

세월은

수십 초 안에 안부와 그리움을

상대에게 전할 수 있게 됐지만

나에게

그리움은

그리움으로만 잊혀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횟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잦아지고

잦아진 그리움의 부스러기들은

언젠가부터 손이 안 가

수북이 먼지 쌓인 책들 위로

먼지와 함께 쌓이고 있다.

 

너무 긴 세월을 들추진 않은 죄다.

종이 냄새 맡아 가며 밤새 읽던 책들

그날의 열정으로

나는 너를 그리워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하고 모든 것을 게을리한

나의 나태함에 받는 천벌天罰이다.

 

그래도 때로는

그리움은

그리움으로만 잊힐 수 있어서

행복한 일인지도 모른다.

잊히지 않고 커져만 간다면

자칫 그리움에 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

( Malena / Ennio Morric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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