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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잊힘의 숨바꼭질

by 푸른비(박준규) 2021. 10. 14.

- 잊힘의 숨바꼭질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찾길 바란다면

슬프고 아프기보다는

그래도 즐거운 일이다.

 

무언가를 잊는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내가 그것을 잊던, 그것이 나를 잊던

무언가를 잊거나 잊힌다는 것은

그래서 외로운 일이다.

 

가을바람 스산해지는 지난여름 강변에 서면

내가 찾아야 할 것들과

잊어야 할 것들이 하나로 뭉쳐

탁해져 가는 머릿속을 더 어지럽히고

그 어지럼증에

나는 가을 앓이를 할 것이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늘어나는 나이만큼이나 세월의 흐름도 빨라져

머지않아 나를 지배할 것이다.

그땐, 내가 찾아야 할 것들보다는

내가 잊고, 내가 잊히는 것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 나는 찾고 싶다.

비록 무엇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지만

그것을 찾는 시간을 즐기고 싶다.

내가 그것을 찾아야 할 시간보다

내가 잊히는 시간이 더 빨리 올 것 같아

그날이 오기 전 나는 찾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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